설 명절 분위기로 들뜬 지난 20일 새벽 6시쯤. 충북 충주시 연수동에서 남자가 여자를 심하게 때린다는 신고가 연달아 접수됐다. 20대 후반의 여자가 입술에 피를 흘리며 울고 있었고, 덩치 큰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날뛰고 있었다. 모두 술에 만취된 상태였다.

남자는 여자의 사촌 동생이었다. 반갑기만 했던 사촌의 무자비한 폭행은 순전히 술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충주시 연수동 1400번지와 1600번지에 이르는 곳을 사람들은 '신수동'이라고 부른다. 신수동은 행정지명이 아니다. 연수동 안에 새롭게 조성된 유흥가를 신수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싸움판이 벌어진다. 신수동을 관할하는 연수지구대의 야간 근무 인원은 많아야 9명이다. 신수동 취객들의 뒤치다꺼리 하느라 방범 순찰에 집중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에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다.

닭갈비와 스테이크, 막국수와 스파게티가 적절히 어우러지고, 통기타 버스킹이 있고 그림과 사진이 전시되는 '명동골목'은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젊은이들의 문화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명동골목에도 술집이 있지만 취객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춘천과 충주는 여러모로 닮았다. 그러나 충주에는 명동 골목이 없다. 밤새 비틀거리는 신수동을 이대로 방치하면 충주의 명성은 옛말이 될 것이다. 온통 술집 뿐인 신수동 거리에 문화를 심어야 한다. 신수동의 밤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충주 어른들이 할 일이다.

/정현수 충주서 연수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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