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이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괴산군에 있는 기업이 제2공장 증설(13만2000㎡ 규모)계획을 세우자 이를 지역 농공단지에 입주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기업이 인근 증평을 선택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보복성' 대응을했다. 그동안 별 탈없이 공장 앞 농지를 주차장으로 써온 게 불법이라며 원상회복 명령에 이어 경찰에 고발 조치까지 하는 '감정 행정'을 펼쳤다는 것이다.
 

1차 원상회복 명령과 고발은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벼락같이 진행됐다. 이례적인 강공에 자치단체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행정'논란으로 번지고있다.물론 자치단체 입장에서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유입 등에서 기업이 자리를 틀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것이다. 지역경제와 인구 증가는 군(郡)단위 자치단체에서는 0순위 과제이니 그 절실함이 더 크다.
 

그렇지만 기업이 회사 경영을 위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한 것에 대해 다른것도 아닌 지금까지 문제없이 써 온 주차장 문제를 들고나와 생뚱맞게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고, 그것도 모자라 고발까지 하는 건 '갑질'논란에 앞서 졸렬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해당 주차장 부지는 그동안 괴산군과 해결 방안을 찾으려했으나 그때마다 "융통성있게 사용하라"는 지극히 편의적인 답변만 들었다는 게 기업측의 주장이다. 해당 기업은 본사 이전까지 검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있다. 괴산군이 그 기업만 바라보고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기업과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텐데 군의 격(格)만 떨어뜨렸다.
 

이와 성격이 좀 다르지만 충북 지역 중소 레미콘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건설 물량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있는 판에 대형 건설사가 옥산에 1206세대의 주택조합아파트를 짓게되자 납품 기대를 한껏 갖고있다 일이 틀어져버렸다.
 

이 건설사가 레미콘을 배정하면서 전체 물량 14만㎥ 가운데 80%를 대기업에 주고, 중소 업체에는 단 10%만 배정한것이다. 나머지 10%는 세종시 중소 업체에 배정했다. 금액으로 치면 전체 80억 원 중 8억 원만 충북의 중소기업에 떨어지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자신들에게 기회가 올 것을 이제나 저제나 바랐던 중소 업체들은 영세업체 숨통 죄이기라고 목청을 돋우고있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오는 25일까지 건설 현장에서 집회신고를 해놓고 있는 상태다.
 

해당 건설사도 할 말이 많다. "공사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대기업 선정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을 생각하는 배려, '2%'가 부족했다.불똥은 청주시로 튀어 "열악한 중소 업체 살린다며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조례까지 만들어놓고 도대체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손 놓고 있느냐"는 볼멘 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80% 물량을 배정받은 대기업도 모두 지역업체라 딱히 할 말이 없다"는게 시의 입장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살기 위한 상생과 소통이 화두로 국정 과제에서도 우선 순위다. 이 상생과 소통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갑질'이 없어져야하고, 상대방을 생각하는 배려가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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