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 충북도회 사무처장

지난 주말이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려고 신발장 문을 여니, 선반 위 먼지에 쌓인 앙증맞은 꼬마운동화가 한 켤레가 눈에 띤다. 세탁을 하려고 대야에 담그니 오래돼선지 고무바닥이 떨어진다. 정성스레 빨고 말려 접착제로 고무창을 붙이고 하얀 끈을 매 놓으니 갖출 것 다 갖춘 어엿한 운동화다. 거실 성모님 상(像) 옆 탁자에 소품처럼 얹어두고 회상에 잠겨본다.

(고맙고 감사한 일)

아내와 함께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십 오륙여 년 전 큰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준비했던 ‘베비라’ 라는 상표 운동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작은 아이가 또한 걸음마를 배울 때 신었던 운동화니, 어쩌면 두 아들이 세상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게 해준 의미 있는 신발이기도 하다.

그 아이들이 벌써 건강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본인들이 원하는 방위산업체와 제약회사에 취업하여 열심히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 동안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는가 보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두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용돈 이외에 휴가비나 협회 회보지에 컬럼 원고료, 공업계고교 특강 강의료 등을 봉투에 담아 아내와 아이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그런데 큰 아들이 입사 후 주말에 집엘 오더니 하얀 봉투를 제 어미에게 내민다. 얘기를 들어보니, 출근한지 며칠 안 돼 부득이하게 회사 상사(上司)를 모시고 출장을 다녀오게 됐는데 그 때 받은 출장비라며 봉투에는 거금(?) 2만5천원이 들어있다. 그리고 작은아들은 설날 상여금을 받았다며 제 아비, 어미, 형 그리고 외삼촌 등 식구들에게 일일이 보너스라며 봉투를 건넨다.

첫 월급을 받았다며 외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찾아뵙고 점심을 대접해 드리며 용돈 봉투를 앞에 놓고 ‘그동안 감사 했습니다’ 며 큰절을 올리는 아들 녀석들이 기특하고 대견해 가슴이 뭉클해진다. 또한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 전해드리라며 준비한 봉투를 제 아비에게 건네니 받는 아비의 마음이 먹먹해 진다. 이런 일들이 시킨다고 다 되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인성을 갖춘 착한 사람이 되길)

생동(生動)하는 3월, 많은 것을 새로이 시작하는 달이다. 부디 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인 우리 모두의 자녀들에게 늘 행운이 함께하길 빌며, 윗사람을 공경할 줄 알고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아픔을 함께 나누고 배려와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멋진 젊은이가 될 것을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믿는다.

오늘따라 얼룩 고무신을 신고 뒤뚱 뒤뚱 첫 걸음마를 떼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더욱 정겹게 들려온다.

 

▲ 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 충북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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