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요즈음 공인(公人)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원래 공인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 즉 공무원을 뜻한다.
 그러나 근자에는 그 범위가 더 넓어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을 보편적으로 공인이라 부른다.
 우리는 공인의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분해야 한다. 
 일 년 전 일어난 윤창중 전 청와대 비서관의 인턴 성추행 사건은 미국에서 공무 수행 중 일어나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다.
 여고생 앞에서 행해진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노상 음란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켰으며,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캐디 성추행 사건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고위 공직자들이 벌인 이 충격적인 사건들에 국민들은 공분(公憤)했다.
 그들은 분명 공인이기에 그 부적절한 행위들은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으며, 피해자는 가해자와는 무관한 제3자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일들은 분명히 공적인 사건이며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도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   
 그런데 이와는 성격이 다른 사건들이 있다. 연예인들도 익히 얼굴이 알려졌기에 자타가 공인(公認)하는 공인이라 여긴다.
 따라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거리가 되고 그것이 지나쳐 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잡담거리로 삼는다. 그런데 왜 그들의 지극히 사사로운 일까지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만 하는가.
 누가 대중에게 그런 권리를 부여했는가. 그들의 사생활은 보호될 만한 가치도 없는 것인가. 
 가수 장윤정 사건은 지극히 사적인 가정사다. 금전이 얽힌 모녀간의 슬프고도 치열한 공방이 왜 그리 이슈가 되어야만 하는지, 한 개인의 치부를 파헤치는 일에 언론과 대중은 왜 그리 열을 올리는지 모를 일이다.
 가수 김현중 사건도 지극히 개인적인 연예사다. 기혼이 아닌 미혼의 청춘 남녀는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김현중이 그 여인을 언제 임신시켰는지가 왜 기사화 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사건들에는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가 불분명하며, 설사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해도 그들은 가족 간이며, 연인 사이다. 아무리 그들이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일지라도 한 개인의 사생활은 당연히 보호돼져야 한다.
 전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은 50세에 친구 딸인 여대생과 불같은 사랑에 빠져 혼외 자식을 두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프랑스 언론은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고 국민들도 정치인의 사생활에는 너그러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테랑도 공무를 수행하는 것과 사생활을 별개로 여겼다. 후에 한 기자가 그에게 '혼외정사로 딸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는  '사실이다. 그래서 국민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동양과 서양의 윤리관의 차이이므로 맞음과 틀림이 아닌, 다름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돼져야 하며, 공인이라도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일에는 무심(無心)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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