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상' 수장작 이홍 장편소설 '걸프렌즈'

▲'걸프렌즈'이홍 지음ㆍ민음사
여기 세 여자와 각각 데이트를 즐기는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 양다리가 아닌 세 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모르지만 여자들은 그 사실을 안다. 우연히 친구가 된 세 여자는 남자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

민음사와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이 주관한 올해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걸프렌즈'가 2일 출간됐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다닌 젊은 여성작가 이홍씨(29)의 첫 장편으로, 한 남자와 세 여자의 발칙한 연애담을 짧고 경쾌한 문체로 풀어놓았다.

소설은 "그의 혀끝은 피겨스케이팅 선수 같다"로 시작되는 첫 문장처럼 여자의 입장에서 연애 과정에서의 심리를 솔직하게 펼쳐나간다.

29세 회사원 '송이'는 "완력과 테크닉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혀끝의 움직임을 가진 직장 동료 '진호'의 키스 솜씨에 반한다.

그녀는 남자 친구 생기면 어디에 가 보고 싶냐는 진호의 물음에 "내 마음을 모두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가 보려고 아껴둔" 남산타워에 가 보고 싶다고 거짓말을 둘러댄다. 송이는 그러나 진호가 자신 말고도 유부녀 '세진', 대학생 '보라'를 따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다.

우연히 뭉친 송이, 세진, 보라는 이제 진호가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는가를 속속들이 알게 되고 나아가 "걔도 참, 부지런히 사느라, 쉽진 않겠다"라며 안쓰러움까지 느낀다.
진호 같은 "나약한 남자를 믿고 이 한 몸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훌쩍 들이밀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송이는 세진, 보라와 함께 남산타워로 향한다.

젊은 여성을 타켓으로 한 이른바 '칙릿'(chick-lit)으로 읽히는 이 소설은 연애를 하면서도 남자에게만 얽매이지 않는 20-30대 여성들을 새로운 독자로 불러들이는데 안성맞춤인 듯 하다. 새로운 연애 방식을 재기 발랄하면서도 능청스럽게 형상화한 '걸프렌즈'는 그런면에서 21세기와 소통하는 소설이다.

'오늘의 작가상' 심사단에 참가한 소설가 김연수씨가 "소통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한국 소설에서 이런 소통의 욕망은 일상적 소재와 다소 평이한 문장의 형식으로 나타난다"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의식적이기도 하다"고 평한 것처럼 '걸프렌즈'는 변화하는 소설상을 보여준다.

민음사·308쪽·1만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