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물질적으로 대부분 풍요롭게 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꽃이 피면 이밥 즉 쌀밥처럼 보여 이팝나무라 할 만큼 배고픈 시절보다도 여유가 없고 메마른 것 같다. 보복운전, 언쟁, 폭행, 부부싸움, 이혼, 살인, 자살…. 하나하나 끔찍하고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는 요인이다.
 

이 모두 분노조절을 잘못한 결과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상대에게, 적절한 이유로,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과 적절한 정도로 화를 내기는 힘들다"라고 했듯이 누구나 분노조절은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얼마 전 화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한 달 이상 고생했던 일을 생각하면 허탈하다. 교육심리를 전공했어도 갑작스레 황당한 일을 겪고 화가 나서 먹은 음식이 체해 시달린 것이다.
 

분노를 참지 못해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면 화를 잘 내는 편협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반대로 참을 인(忍)자를 새기며 분노를 표현하지 않으면 체하기도 하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속으로 울화가 치미는 등 응어리로 남는다.
 

학생들은 공부에 짜증나고, 청년은 취업난에 분노하고, 장년은 업무에 지치고, 노년은 청년층과의 소통과 갈등 등으로 소용돌이치는 사회가 아닌가. 화를 슬기롭게 다스리고 극복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어느 책에서 본 좋은 글과 텔레비전에서 본 월호스님 말씀이 심금을 울린다.
 

사노라면 무수히 크고 작은 파도를 만난다. 이럴 때 우리는 분노와 슬픔, 좌절, 아픔, 배신감으로 주체할 수 없도록 치를 떨기도 한다. "그럴 수 있나?" 끓어오르는 분노와 미움, 그리고 배신감으로 괴롭게 된다.
 

혈압이 오르고 얼굴은 붉어지고 손발이 부르르 떨리기도 한다. 이럴 때는 "그럴 수 있지." 이 한마디! 즉, 한 글자만 바꿔 생각을 바꾸면 격정의 파도는 잠잠해지고 마음은 이내 안정과 평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나" 와 "그럴 수 있지"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니, 생각을 바꾸면 나를 치유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
 

월호스님의 말씀도 실천해 보겠다. 화가 날 때는 제삼자(第三者)가 돼 내 마음 밖으로 나와 마치 카메라처럼 조용히 관찰을 하며 속삭여 준다. "○○는 화가 나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대처하면 흙탕물이 가라앉듯이 진정되고 정리된다니….
 

또한, 자(慈)는 나에게 따르는 사람을 기특하게 여겨 사랑하는 것이고, 비(悲)는 나를 거역하고 말 안 듣는 사람을 불쌍하게 여겨 사랑하는 것이니 자비심으로 분노조절을 해야 한다. 분노는 우리의 삶을 방해하고 공격하는 대상에 대해 느끼는 정당한 감정이며 이러한 감정을 지혜롭게 승화시킬 수 있다면 강력한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한 '분노 조절의 기술'은 행복과 함께 심신의 건강도 선물하고, 생각을 바꾸면 행동과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았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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