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교육을 하다보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하는 절대적 권력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수능이다. 교육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면, 결국 '수능 때문에' 개혁이 좌절되곤 한다. 그런데 필자는 수능 출제를 들어가는 전문가들을 많이 아는데, 그들은 우리나라의 교육을 진정으로 걱정해서 들어가는 것 같지 않다. 한 번 들어가면 한 달 이상 숙박을 하기 때문에 나올 때 거의 1000만 원 가까운 돈을 버는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다음에 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그러려면 탈 없는 문제를 만들어야 하니, 가능한 한 '좋은 문제' 보다 '문제되지 않을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

수능 출제를 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담당자도 이해관계는 마찬가지다.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달라고 출제위원들에게 강압에 가까운 요청을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지표가 될 좋은 문제'보다 우선이다. 잘못된 문제 때문에 법정 재판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다보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게 점점 더 수능을 단편적인 문제풀이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이유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수능'을 통과해야 빛나는 미래가 펼쳐진다고 믿는다. 바보같이 배배 꼬고 비틀어내는 문제를 푸는 데 익숙해진 학생들이 정말 빛나는 미래를 펼칠 수 있을까? 아니다. 수능은 우리가 만들고 갇힌 새장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 새장을 열심히 만들어준다. 초등학생들도 수능을 걱정하며 공부를 한다. 문제없는 문제로 이루어진 수능이 학생들의 교육 수준을 결정하고, 학생들은 문제없는 문제 풀이에 전념한다.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어떻게 해야 이 새장에서 진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까? 조만간 초·중등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자유학기제는 시험보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학기를 말한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들은 대부분 긍정적이란다. 하지만 어른들은 걱정이 많다. 자유학기를 마친 후 다시 정상 학기로 되돌아가면 한번 놓친 공부의 끈을 다시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이란다. 좋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한 번 맛보면 이 쓰디 쓴 세상을 견디기 더 힘들까봐 아예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다 같이 바보가 되자고 하는 것과 같다. 우리의 새장 밖으로 아이들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두려움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면 안 된다. 새장 밖의 세계는 우리에게는 두려움일 수 있지만, 빛나는 미래를 가져야 할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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