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 지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로 지구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실시간으로 접하며 살고 있다.
 
지난해 말 즈음 지방지에 필자의 기사가 난 적이 있다. 1000권의 도서를 읽은 공무원이라고…. 신문에 난 기사가 인터넷에도 오르는 바람에 주변의 친구들은 물론, 멀리 떨어져 있는 지인들까지 그 기사를 봤다며 전화가 종종 왔었다.
 
그런데 지난달에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누가 먼저 열어봤는지 스테플러가 찍힌 채였다. 수신인이 청원군청 주민생활과로 써 있는 걸로 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온 것 같았다.
 
보낸 사람의 주소를 보니 우체국 사서함이고 이름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혹시 물건을 팔아달라는 영업용 서신인가? 내용을 읽어보니 교도소에서 온 편지였다.
 
그것도 무기수로 14년째 복역하고 있는 50대의 수감자였다. 그 신문기사를 봤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여의치 못하니 필자에게 책을 좀 사서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교도소에서는 동료들 대부분이 성인잡지, 성인소설, 무협지와 판타지, 만화책 등에 빠져서 지낸다고 했다.
 
하지만 책을 보내주면 자체 문고에 두고 다른 수감자들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어떤 사연으로 그 곳에 가게 됐는지 모르지만 마음이 짠했다.
 
편지를 읽으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신용복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생각났다.
 
신 교수는 지난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수감돼 무기수로 있다가 지난 1988년에 특별 가석방됐다. 20년간 수감 중에 쓴 230여 편의 서간문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절망적인 무기수의 따뜻하면서도 철학적인 이야기로 감옥이라는 절망적인 공간에서도 사색을 통해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는 이야기였다.
 
어머니에 대한 애절함과 형수, 제수에게 보낸 편지, 또 그림엽서도 그려서 보낸 것들이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것 한 장 허투루 넘기기가 아까운 그런 책이었다.
 
편지에 적힌 희망 도서목록에는 8권이 적혀있었다. 더 망설이 이유가 없었다. 희망하는 도서를 구입하고 나서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보내고 싶어 독서 동아리 회원들에게 편지 사연을 알리고 소지하고 있는 책 중에서 한 권씩 선정해 보내 달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독서 회원들이라 반응이 좋았다. 우리 회원이 한권씩만 보태도 30권이 넘는다.
 
회원들의 책이 한두 권씩 모아지자 덩달아 필자의 마음도 흐뭇하고 뿌듯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그냥 책만 보내기가 아쉬워 편지를 한 장 썼다. 신용복교수의 이야기도 썼다. 그 곳에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한번 써 보는 것이 어떠냐고도…. 말미에 독서 동아리 회원들도 함께 했다고도 전했다. 그리고 다 읽은 후에 독후감을 써서 보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무기수는 책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섣부른 편견이 있었다.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자책감으로 책을 보내면서 마음이 더 저린지도 모르겠다. 저린 필자의 마음을 독후감으로 달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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