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 충북도회 사무처장

[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 충북도회 사무처장]옛날 황해도에 살던 선비와 사또의 딸이 사랑을 하게 됐으나 사또는 선비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단다. 그러나 두 사람이 계속 만나자 사또는 몰래 딸을 귀양 보냈고 어느 날 애태우는 선비의 꿈에 백학이 나타나 그녀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니, 훗날 사람들은 '백학이 알려줬다'고 해서 '백학도(白鶴島)'라고 부르다가 오늘날 흰백(白)과 날개 령(翎)을 써서 백령도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백령도의 유래다.


고귀한 인연(因緣)


 서해 섬으로는 최북단의 섬인 백령도, 손에 닿을 듯 북녘 땅이 코앞에 있어 가슴이 먹먹해 진다. 도착 후, 일정에 따라 먼저 숙소를 배정했는데 집행부의 안목일까, 같은 방을 쓰실 분들이 아이들의 외할아버지와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이신 이 총장님과 '인간과 사회'강의로 유명하신 신 학장님이시다. 더욱이 이 총장님은 29년 전 필자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 주셨으니 이 얼마나 고귀한 인연인가.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니, 그동안의 안부와 집안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까지 다정다감(多情多感)한 물음이 이어지신다. 백령도라 해서 조그만 '섬'으로 생각했으나, 면(面)단위로 그 규모가 예상외로 훨씬 크다.

두 총장님과 학장님을 모시고 섬을 견학하다, 대학원에서 이 총장님의 강의를 수강하신 김 교장선생님께서 합류를 하셨다. 모두들 높은 식견(識見)과 연륜이 있으셔서인지 사뭇 대하는 태도와 대화가 남다르시다. 혹여 젊은 사람들한테 누(累)가 될세라 시간약속은 물론 매사에 솔선수범이고 숙소에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양보를 하고 마음을 놓도록 헤아려 주신다. 그리고 지난 학창시절부터 학교, 사회, 종교이야기, 농담과 '흉(?)'까지 세 노학자들의 대화는 끝이 없다. 특히, 둘째 날 아침의 영롱한 햇살에 비친 백령도 양귀비 꽃길 산보와 마지막 날 이른 새벽 대청도 해안가 산책은 붉게 떠오르는 일출과 백사장에 새겨진 발자국과 함께 가슴속에 고이 간직될 것이다.
 

말이 없는 백령도


 섬(island)은 그 자체로 개별적인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육지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색다른 세월의 흔적과 특별한 선물이 섬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비록 2박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해무(海霧)에 둘러싸인 채 말이 없던 무욕(無慾)의 땅 백령도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하고, 오랜 인연에 좀 더 성의껏 보은(報恩)으로 모시지 못한 세 분 학자님께 죄송스런 후회가 앞서며, 맨발로 걷던 콩돌해변의 조약돌은 안녕들 한지, 밀려오던 자갈 파도소리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 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 충북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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