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요즘 오랜 가뭄과 무더운 날씨에 온 국민이 지치고 지쳐 장마를 기다릴 정도이다. 설상가상으로 좀처럼 물러갈 줄 모르는 메르스(MERS)라는 호흡기병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혹독한 시련을 겪는 때에 반가운 단비가 내리듯 낭보(朗報)가 들려 환호성이 울렸고, 지치고 지친 국민들에게 위안, 기적, 희망을 주는 크나큰 선물을 줬다. 우리 태극낭자들이 드디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승리와 16강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했다. 기적과 가능성과 희망을 골인시킨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여자축구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때, 다른 종목 선수들로 구성해 제대로 된 축구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 북한에 0대7, 일본에 1대8, 대만에 0대7, 중국에 0대8로 졌다. 처음 출전한 2003년 미국 월드컵 대회에서 3전 전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2015년 캐나다 월드컵 대회에 출전할 때 내걸은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은 결코 획기적이었다. 우리 여자축구 발자취를 보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무척 기쁘다. 그 원동력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나왔다. 1990년 아시안게임 때 다른 종목 선수들로 급 구성해 참가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고무적이다. 먼 앞날을 내다보고 야심찬 준비를 해, 2010년 독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것도 놀랍다. 같은 해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여자축구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고, 여자축구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 남자축구에 비해 팀수도 선수수도 적고, 선호도도 뒤지고, 지원도 열악한 상황에서 이룩한 기적이고, 찬란한 금자탑이다. 나름대로 황금세대의 등장으로 2015 캐나다 월드컵 대회에 '혹시나' 기대를 하게 됐다. 지소연 같은 황금세대들과 WK리그에서 육성된 선수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 꿰지지 않았다. 1차전 브라질 전에서 열심히 싸웠지만 0대2로 져서 '역시나 하는'사람도 있었다. 2차전 코스타리카 전을 시청하다 한숨이 나왔다.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해, 손 안에 있는 다 잡았던 월드컵 첫 승을 놓쳐 전망을 어둡게 했다.  모든 것을 건 스페인전! 사생결단으로 싸웠지만 선제골을 내주고, 천만다행으로 후반에 동점골과 역전골에 성공했다. 실로 남자축구가 48년이나 걸린 월드컵 1승과 16강 진출을 12년 만에 해내고 기적과 희망을 불러왔다.  또한 한국 여자축구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16강전을 치른 22일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 지소연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출전조차 못하는 악조건으로 세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위안과 용기와 희망을 준 큰 선물이었다. 이번 16강을 바탕으로 앞으로 8강 아니 그 이상의 과제를 꼭 이룰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