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충북교총회장·청주교대 교수

잠두봉(청주 남중학교 뒷산)의 백로 집단서식이 많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국적 현안이 되고 있다.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소음, 악취, 깃털 등 먼지가 남중학교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쟁점을 요약하면, 서식지 나무를 즉각 간벌할 것인가, 아니면 백로들이 이소(離巢)한 뒤 간벌할 것인가. 잠두봉 백로 서식지를 완전 폐쇄할 것인가, 아니면 공생의 방안을 찾을 것인가? 당장 학습 방해와 건강을 위한 긴급 처방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논의가 분분하다.

같은 문제가 발생한 타 시·도의 경우 피해 당사자들이 간벌을 요구하면서 환경단체와 긴장 관계를 조성하곤 했다.

그러나 남중학교 학부모 대표자들은 다른 모습이다. 자녀의 건강과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백로의 서식에도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청주시가 번식기가 끝나는 9월까지 간벌을 보류하기로 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책위원회가 곧 구성된다고 한다. 모든 참석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현명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백로 문제 해결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제언해 본다.

환경 단체가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권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악취와 소음을 감내하면서 생태 환경 보존에 동참하려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환경단체도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생태를 보존해야 한다는 절대가치가 학생과 학부모에 피해를 주고, 마음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공존과 공생의 출발점이다.

대책위원회에 기존의 극복 방안을 뛰어넘는 창의적 역발상을 기대해 본다. 단순히 타시·도의 사례를 모방하는 소극적인 대책이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기술적·경제적·제도적 방안을 창출해야 한다.

전문지식과 첨단기술이 동원되어야 한다. 소요되는 비용도 예산 절약의 단순 사고를 뛰어넘는 특단의 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구조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면 유관기관이 최대한 빨리 제도적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책위원회와 더불어 남중학교 학생들이 주도하여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역발상을 제언해 본다. 대책위원회에 학생대표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지성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자.

학생들이 주도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속적으로 탐구할 동아리를 구성하고, 관련 전문가를 초대하거나 발표회를 개최하는 활동도 가능할 것이다.

도심 속에 집단 보금자리를 튼 백로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묘책이 강구되거나, 대체 서식지로 백로가 이동할 수 있도록 인간이 도움을 주는 방안이나 인공 서식지를 마련하는 등 새롭고 탁월한 대응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러한 것들이 현실화된다면,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생태자원화'되어 계산할 수 없는 무형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청주 시민 모두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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