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법조인을 시험을 통해 선발하겠다는 사법시험체제는 2017년이면 막을 내리게 된다. 올해가 57회 사법시험이니 사람으로 치면 환갑에 가까워진 사법시험은 이제 그 숨을 거두고,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법학전문대학원체제(로스쿨)로 완전히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2009년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은 현재까지 4기에 걸쳐 변호사를 배출했고, 7기의 법학전문대학원생이 입학해 교육을 받고 있는 현재 사법시험 존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고시낭인'이 속출하고,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라 비난받던 사법시험을 왜 존치하자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공정성측면에서 현행 로스쿨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 때문이다.
 
현행 로스쿨제도를 비판하면서 많이들 인용하는 표현이 바로 '현대판 음서제'라는 것이다. 음서제(蔭敍制)는 고려·조선시대 과거 시험에 의하지 않고 상류층 자손을 특별히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로서, 혈통을 중시하는 신분제 사회에서 상류층을 형성한 사람들이 지위를 자손대대로 계승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직을 세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시험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채점위원이 답안을 작성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채점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시험에의 당락 또는 연수원시험의 성적에 승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잘 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고, 그 성적에 따라 합격 및 임용 여부가 결정되므로 가장 객관화된 기준으로 선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법시험의 최대 장점이다.
 
현행 로스쿨은 어떠할까.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치러야 한다.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3과목으로 이루어진 법학적성시험은 법학을 배우는데 필요한 기본자질을 테스트하는 시험으로서, 실제 법학지식을 묻진 않는다. 그러므로 로스쿨에선 법학 이론 및 실무를 3년 안에 현장에 즉시 투입가능한 정도로 가르쳐야 하는데, 단순히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 모든 소임을 다한다고 할 수는 없다. 로스쿨끼리의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로스쿨 위상에 직결되는 ① 변호사시험 합격률 ② 법원, 검찰 임용률 ③ 대형로펌 취업률에 유리한 인원을 잘 '선발'하는 것도 교육하는 것만큼 중요한 소임이 된다. 그런데 현행법상 변호사시험의 점수가 비공개로 되어 있어 임용이나 취업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기타요소들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데 본질적 문제가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 변호사시험에서 훌륭한 성적을 받았음에도 성적이 반영되지 않아 임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성적과 실력이 훌륭해 임용되었음에도 집안 배경 때문에 임용된 것이 아니냐는 식의 눈초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면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서인지 최근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비공개한다는 법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변호사시험의 성적 공개는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인 공정성 회복차원에서 당연한 결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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