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정현숙(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TV 프로그램 '힐링캠프'가 인기를 얻으면서 힐링 음악회, 힐링 여행 등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이라는 말이 전에 없이 자주 쓰이고 있다.

이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이 그만큼 절실히 요청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7월 16일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행복웃음 힐링 협동조합'도 창립했다. 웃음치료사와 실버레크레이션 지도자과정을 이수한 전문인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사회의 경로당, 양로원, 요양병원 등의 노인들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밝은 웃음과 레크레이션으로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돕기 위해 만든 봉사 차원의 사회적 협동조합이라고 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모 방송국의 힐링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마산에서 차에 깔린 여고생을 구한 시민들의 훈훈한 이야기도 힐링뉴스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중앙선을 넘은 차량이 여고생을 덮치자 순식간에 20여 명의 시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달려들어 차를 들어 올리고 깔린 여고생을 무사히 구했다. 생사를 가른 1분, 시민들의 참여가 기적을 이뤄낸 순간이었다. 힐링뉴스가 전하는 그 뒷이야기에 의하면 안타깝게도 지금 그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그가 기적을 만들어주길 시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 치 양보도 없는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 뉴스에 식상한 국민들은 이처럼 힐링뉴스를 통해 마음의 평안과 안식을 찾는다.

지난 7월 14일 새벽 대구에서는 교통사고로 불이 난 승용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탑승자 6명을 주변 시민들이 구조했다.

추돌사고로 순식간에 자동차에 불이 났고 탑승자들은 의식을 잃었다.
 

시민들은 인근 상가의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 승용차를 향해 물을 쏘며 진화를 시도했고, 동시에 찌그러진 차 문을 열어 운전자와 탑승자 등 6명을 차 안에서 꺼냈다.

자칫 대형 인명 사고가 될 뻔했는데 시민들의 용기와 순발력으로 귀한 목숨을 구한 것이다. 6명 중 4명은 살았지만 안타깝게도 2명은 구조된 후 목숨을 잃었다. 10년 전에도 지하철에 낀 노인을 위해 시민들이 지하철을 민 일이 있었다.

지난 2005년 10월 17일 신당역에서 한 노인이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틈으로 발이 빠지면서 몸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지하철을 밀었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열차에 매달렸고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밀기를 반복한 끝에 열차의 요동이 커져 틈이 벌어졌고 그는 살아났다. 모두 범부(凡夫)들이 만들어낸 큰 울림을 주는 작은 기적들이다. 

범인(凡人)들의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이런 행위들이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나 진배없다. 그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 아직은 희망이 있으며, 한국은 그래도 살 만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 그들이 상처 난 이 나라를 치유하고 이끌어 가는 참 동력이다.

아름답고 훈훈한 소식을 전해 주는 평범한 소시민들, 그들 덕분에 오늘도 세상은 살 만하다. 그들이 우리의 진정한 영웅들이요 대한민국의 내일을 밝혀줄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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