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박정훈

[변호사 박정훈] 한 티비프로그램에 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가 출연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디서 본듯한 얼굴에 많이 들어본 톤의 목소리까지. 연출자의 기획력이나 섭외력에 혀를 내두를 틈도 없이 그의 정감어린 종이접기에 빠져 들었다. 그가 티비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선물한 것은 단순히 현란한 솜씨의 종이접기만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추억이고 감동이다. 시청률 1등이라는 말에 눈물을 흘리고 "이젠 어른이 됐으니 잘 따라할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 이제 다 컷구나"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어릴 적 가졌던 꿈과 희망을 떠올릴 수도 있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롯데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삼성이나 현대가 비교적 커다란 기업으로 인식되었다면 롯데는 생활밀착형 기업으로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롯데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롯데월드에서 아이들과 놀이기구를 타며 롯데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국민 대다수가 롯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아왔던 롯데의 최근 행태에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다른 재벌도 마찬가지지만 롯데의 성장은 신격호 개인의 역량에 기댄게 아니다. 국가의 특혜와 국민의 전폭적 지지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본 롯데가 한국으로 진출하며 각종 세제혜택을 받고 부동산 취득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3년 기준 83조의 매출을 올린 재계서열 5위.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롯데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가 다투는 모습은 가관이다.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며 추억을 만들어주던 그 롯데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광윤사', '일본 롯데 홀딩스'가 모두 자기 편이라며 목을 메는 신동빈과 신동주의 행동에 국민들은 어리둥절 할 뿐이다.

한국의 대기업이 자본금 2억원에 지나지 않는 일본 소재 페이퍼컴퍼니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적잖이 놀라고 있다. 롯데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가질 만하다. 신동빈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과 한국어를 못하는 신동주가 그런 의심을 더 키우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한 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 우리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자란 롯데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부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롯데가 다시금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몇 십년이 지나더라도 국민에게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기업으로 남기를 바란다. 종이접기 하나로 국민에게 근사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김영만 아저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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