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중원대학교 초빙교수

 

[김영대 중원대학교 초빙교수] 의도하지도, 할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 나타나는 불건전한 사회적 현상은 얼마간의 세월만 지나면 어김없이 우리나라까지 전파되는 기 현상이 반복돼 오고 있다. 일반 학교나 직장 등에서 따돌림(일명 왕따)을 뜻하는 ‘이지매’를 비롯해,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만으로 살아가는 ‘후리타’, 무기력한 채 대인기피증세를 보이며 아예 집 밖을 일체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같은 현상들이 그 예로 들수 있다.

최근 모 방송에서 방영했던 ‘사토리세대’가 그 대표적 사례다. 사토리란 원래 득도, 즉 깨달음으로 통하지만 순수 우리 말로는 ‘달관 세대’라고 번역돼 있다

예전에는 브랜드상품에 열광하고 해외 여행을 즐기는 등의 과소비 성향으로 대표되던 일본 젊은이들이 최근에에는 해외 여행이나 명품, 고급자동차 등도 별 관심이 없고 경제나 출세욕구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요즘 청년들 말로 ‘초식남’스럽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사토리’세대 현상이 남의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얼마 전까지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가 유행하더니 곧이어 인맥관계를 무시(포기)한다는 ’사포시대‘, 내집 마련까지 욕심 없다는 ’오포시대‘가. 최근에는 취업과 장래 희망도 포기한다는 ’칠포세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더 이상 젊은 세대들이 포기할 것이 남아 있는지 궁금 한 가운데, 젊은이들이 장래 희망을 포기한 사회가 과연 얼마나 더 지속 가능한지 염려 되는 대목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대학생들과 자연스레 진로질문을 하면 대부분 “장래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욕심은 없고, 그냥(?)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게 보편적 상례답 이다. 뚜렷한 계획과 목표, 욕망이 거의 엇보이지 않는다. 필지도 교육자로, 그리고 장성한 두아이 아버지로서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나와 우리의 얘기인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과연 청년들 본인 탓으로만 돌릴수 있을까. 도데체 이들이 도전정신을 갈수록 상실해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는 수험생이 ‘예비고사’를 치러 통과해야만 희망하는 대학의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엇고, 전국의 대학생 수가 총 20만여명에 불과 했다. 현재는 330만명이 넘는다니 가히 무섭게 늘엇다. 게다가 당시엔 사교육은 커녕 참고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였다. 또한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못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주경야독으로 취업시험, 심지어 사법.행정고시까지 합격하기도 했다. 개천에서 용이 나왔던 것이다.

홀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직 간접적 도움과 정보 없이 제 힘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는게 요즘 청춘들의 푸념이다. 실력이 돋보이는 젊은이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공채에 도전 했다가 몇차례 고배를 마시면 ‘장수생(장기취업준비생)’ 딱지가 붙는다. 취업문도 바늘구멍 이지만 젊은층들 도전정신과 의식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아파야 청춘’이라고,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요만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이기심 일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게 많고, 희망과 꿈을 갖고, 스스로의 힘으로 열심히 노력해 원하는 모든 것을 쟁취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근본적 제도안 마련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석사이상 고학력자가 90만명에 육박하다는 최근의 뉴스는 진로가 난해한 젊은층의 도피성 진학진로가 낳은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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