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항암치료가 진행될 때 암세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때문에 암세포가 항암치료에 내성이 있는 암줄기세포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세대 의대 정재호 교수팀은 15일 실제 암 진행과정과 유사한 종양 미세환경을 만들어 암세포주를 배양하는 실험을 통해 당(糖)대사 결핍과 낮은 pH 등의 스트레스가 암세포를 암줄기세포로 변하게 하는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세포 사멸과 질병'(Cell Death and Disease, 7월 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암치료가 어려운 것은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 등 치료에 암줄기세포들이 내재적 저항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치료 저항성은 암 관련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인 재발과 전이로 이어지기 때문에 항암치료에 큰 걸림돌이 된다.

    정 교수팀은 이 연구에서 암 세포주를 실제 암 진행 과정과 유사한 종양미세환경에서 배양액 교환 및 계대 배양 없이 장기 배양한 결과 3∼4주 사이에 암세포가 대부분 사멸하지만 일부는 살아남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살아남은 암세포들은 암줄기세포 특성이 있었으며, 일반 종양세포에서 암줄기세포로의 변화는 당 대사 결핍과 낮은 pH 등의 스트레스로 인해 암 줄기세포 관련 유전자(Wnt Pathway) 발현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항암치료가 진행되면서 암세포에서 많이 소비되는 당이 부족해지고 주변의 산성도가 올라가 실험조건과 비슷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이런 환경에서 암세포는 대부분 사멸하지만 일부는 암줄기세포로 변해 항암치료 내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재호 교수는 "이 연구를 토대로 종양대사적 관점에서 종양환경 변화와 암세포 간 상호작용으로 암줄기세포화가 진행되고 이런 이유로 초기 암에 비해 진행성 암일수록 치료 저항성 및 재발과 전이 빈도가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이 메커니즘을 더욱 상세히 규명해 암줄기세포화 과정을 선제로 억제할 수 있는 암줄기세포 표적 진단과 이를 목표로 하는 치료 연구를 수행해 항암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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