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선선한 바람결이 그리워 주말이면 이른 아침 산행을 즐긴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 걷다 보면 들국화가 심심치 않게 피어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보너스처럼 가끔은 산 아래 뙈기밭에서 메밀꽃이 하얀 미소로 반겨주기도 한다.

메밀은 산에서 자라나는 밀이라는 의미로 꽃말은 '연인'이라고 한다.

예쁘지 않은 꽃이 있으랴!

봄에 피는 꽃은 화사해서 사랑스럽고, 여름에 피는 꽃은 화려해서 멋지고, 가을에 피는 꽃은 화사하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고상해 깊이가 있는, 무명의 그리움 같은 의미가 주어진다.

산모퉁이 서너 송이 피어있는 들국화도 그러하거니와 가을 달빛 아래서 바라보는 하얀 메밀꽃은 더욱 그러하다.

연중 가장 아름다운 보름달 빛을 구석구석 내리는 추석 명절!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 찾아 천리 길 마다않고 달려온 형제, 자매들은 붉덕붉덕 떠오른 한가위 고향의 달빛 아래서 메밀전 지져내어 술 한 잔에 세상살이의 노곤함을 달랜다.

넉넉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달빛 아래 부모 형제 모여 앉아 송편을 만들고 전을 부치며 밤새워 피워내던 이야기꽃들이 모두 다 정겹지만은 않았던가 보다.

직업을 갖지 못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자식에게 한, 말 한마디로 천륜을 등지는 일이 또 일어났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가?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부모에게 예쁘지 않은 자식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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