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필자는 100마일(mile)의 사나이다. 1마일이 약 1.6km니까 100마일이면 대략 160km 정도가 된다. 마침 최근에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삼성 라이온즈의 5연패로 막을 내리고 팬들의 관심이 종합우승을 가리는 가을야구에 쏠려있는데 보통 '100마일의 사나이'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미국의 프로야구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네티 레즈)이나 호세 도밍게스(탐파베이 레이스) 등 시속 160km 이상의 강속구를 부리는 '강완투수(剛腕投手)'들이 나온다. 나도 야구를 좋아하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는 100마일이란 속도가 아닌 거리를 뜻하는 것이다.
 
내 집이 있는 충남 천안에서 직장이 위치한 충북 청주까지는 차로  약 50분, 입사 이래 올해로 17년째 매일 아침저녁으로 자가용을 몰아 출퇴근하고 있는데 목천 톨게이트에서 진입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거나 1번국도를 이용해 조치원을 경유해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길을 가든 거리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고 편도 45km 안팎이니까 하루에 도합 90km 정도를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근데 웬 160km? 거의 두 배나 부풀리다니 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 이유인즉슨 다음과 같다.
 
2년 전 우리 아내가 직장을 구했다. 두 아들 녀석들의 대학등록금 마련에다 노후대책자금이라도 모아보려고 오랜 망설임 끝에 내린 결정이었는데 문제는 그 출퇴근이었다. 아내의 적성을 살려서 어렵게 구한 직장은 충남 예산, 집에서는 40km 거리다. 처음에 그렇게 먼 곳에 아내가 직장을 잡겠다고 했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좀 더 가까운 곳,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데를 찾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남들보다 몸집이 작고 체력도 약하지만 한번 마음을 먹으면 고집불통인 아내가 단단히 각오하고 일을 시작하려는 모습을 보고 내게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찾다가 아내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전용운전기사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나도 직장에 매인 몸이라 아침에는 가까운 기차역까지만 태워다주고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면 예산에 가서 아내를 태우고 다시 천안으로 돌아온다. 45km(천안-청주)+75km(청주-예산)+40km(예산-천안)=160km, 합쳐서 딱 100마일이다. 만약 내가 장거리운전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오히려 운전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움을 느끼는 성격의 소유자로 태어나게 해준 하늘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지만 고개를 세 번 넘고 두 개의 저수지를 돌아 고부랑고부랑 산속을 지나가는 길은 솔직히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지친 몸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를 생각하며 연신 액셀레이터를 밟는다.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묵묵히 100miles/day, 좀 쑥스럽지만 거창하게 말하면 이것이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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