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구름이 하늘에 올라가 아직 비가 되지 않았다 함은 기다림을 의미하고 태양이 지면(地面) 위에로 떠올라 천지가 밝게 빛을 발한다 함은 나아감에 좋다 를 의미하며 홍수에 의해 나무가 물속에 잠긴다 함은 큰일을 도모하기에는 난관이 많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세상의 일에서는 할 만한 일과 해야 할 때와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자연사(自然事)에서 그러한 것처럼 인간사(人間事)에서도 머무는 곳과 때와 명분이 합당할 때에 하늘이 돕고 땅이 돕고 천지신명이 돕는 것이다.

대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고 했던가?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겠다고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서 있는 것처럼 세상의 일을 힘으로 이끌고 억지로 하려고 한다. 이러한 것은 어리석음이요, 무모함이며, 화(禍)를 자초하는 것과도 같다.

모든 일에서는 순조로움이 있을 때에 통(通)함이 따르게 되고 통함이 있을 때에 그 완성(完成)을 보는 것이지 역(逆)하여 순조로움이 없고 반(反)하여 통함이 없는 데에도 욕심으로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뜻을 이루지도 못할 뿐만이 아니라 도리어 화(禍)가 돼 찾아오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때와 장소가 마땅하지 못하면 그 일을 성취 할 수가 없고 아무리 좋은 때와 장소를 가졌을지라도 그 명분(名分)이 헛된 것이라면 오래 갈 수가 없다.

마치 좋은 인연(因緣)이라도 때가 잘못되면 악연이 되고 좋은 인연이라도 명분이 잘못되면 악연이 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화복(禍福)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 보기도 하지만 마음 안에 머물러 있었고 화복(禍福)이 어떻게 오리까? 하고 생각을 해도 보지만 생각의 줄기를 타고 왔으며 화복(禍福)이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생각도 해 보지만 반듯한 명분(名分)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오는 것들이 모두 복(福)이 되겠는가? 내가 머물렀다고 해 모두 복(福)됨이 있겠는가?

내가 먹는다고 해 모두 보약이 되겠는가? 어느 것이라도 참다움이 없다면 가치가 없고 보람이 없으며 복(福)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복(福)은 머물만해야 머물고 떠날만해야 떠나는 것이다. 오라고 한들 오겠는가. 떠나라고 한들 떠나겠는가?

이와 같이 운성(運性)이 빛을 발하는 까닭도 발할만하기에 빛을 발하는 것이고 운성(運性)이 움직이는 것도 움직일만하기에 움직이는 것이며 운성이 남는 것 또한 남을만하기에 남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갔을 때에도 올바르고 왔을 때에도 올바르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복(福)가운데에서 머물 것이고 있을 때에도 불손하고 갔을 때에도 불손하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화(禍)가운데에서 머물 것이다.

그래서 화(禍)에서 멀어지는 길은 겸손(謙遜)한 태도가 쓸 만한 약(藥)이 되고 복(福)에서 멀어지는 길은 교만한 태도가 쓸 만한 약재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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