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추석을 며칠 앞둔 저녁 9시가 다 돼 대학 동호회 SNS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후배의 글이 올라온 사건이 있었다.

"오늘 그 아무도 축하해 주질 않는 이 우울한 한 인간의 탄생이 있었네 그려. 우라질. 죄송합니다. 제가 죽일 놈이지요. 아무튼 자아성찰의 기회로 삼겠습니다. 그동안 즐겁고 회한이 깃든 세월이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느닷없는 탈퇴를 암시하는 게시글에 그 아래로 58개의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서둘러 달리기 시작했다.

"헉!!!!! 오라버니...ㅠㅠ 저 지금 처음 봅니다.", "몇 년 전 다른 SNS에서 제가 이런 일을 겪었는데 정말 슬프고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지요. 선배 노여움 푸세요. 늦게나마 생신 축하드립니다.♡♡♡", "이번기회에 생일 공지를 수동에서 자동으로 바꾸는 것이 오늘 같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듯 함."

평소에 SNS활동도 열심히 하고 다른 선후배들 생일날에는 축하의 글도 열심히 챙겼던 후배는 정작 본인의 생일날에는 축하 메시지가 하나도 올라오지 않자 저녁 늦게까지 기다려 보다가 서운함에 탈퇴까지 감행하겠다고 협박(?)의 글을 올렸던 것이다.

다행히 이 같은 위로의 댓글이 연달아 올라오면서 후배의 서운한 마음은 겨우 풀렸다.

한참 후에 SNS 관리자의 다음과 같은 사과의 글이 올라왔다.

"헉, 형님 죄송합니다. 어제 과음으로 오늘 정신없이 보내느라 확인을 못 했네요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요즘 대부분의 성인들이 평균적으로 2~3개 정도의 SNS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과다한 SNS 사용으로 정서적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페이스북 사용자는 1년간 끊었던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하면서 "시험공부를 하면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모습들만 골라서 자랑하는 사람들이 짜증나고 내 현실이 더 초라하게 느껴져 SNS를 끊고 살았는데 이건 또 너무 소외된 기분이라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게 꼭 계륵 같다"고 했다.

한 시장조사기업의 'SNS 이용 및 피로도에 대한 인식 평가 조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SNS에 대한 실속을 느끼진 못하지만 끊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SNS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기존 인맥과 관계유지에 도움이 되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반면 SNS를 사용하지 않으면 겪게 될 상황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았는데 '친구들이나 소모임에서 소외당할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잊힐 것 같아 두렵다', '내 존재감이 없어질 것 같다'는 극단적인 불안감을 가진 SNS 이용자도 많았다고 한다.

가히 'SNS 소외 공포증'이라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하버드대 샤하르 교수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의존적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삶의 원동력을 타인의 생각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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