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 설레고 부푼 마음으로 공항을 향한 버스는 달린다. 내 마음이 설레니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뜨거운 태양 아래 탱글탱글하게 영근 벼이삭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엔 전주에 사는 동생이 벌써 와 있다.

오늘은 딸부자집인 우리 다섯 자매와 엄마, 그리고 고명인 올케랑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엄마는 딸을 여섯을 낳았다. 딸을 많이 낳아 할머니께 시집살이깨나 하셨던 엄마, 그런 엄마가 이젠 딸이 많아 좋단다. 이렇게 비행기도 타고 여행도 가니 말이다.

올해 팔순이신 어머니의 생신을 기념해 우리 형제들과 그의 가솔들 모두가 모여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식구가 많다보니 모두 함께 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여자들만 가기로 하고 오늘 일곱 명의 여자들이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누구도 쉬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암 투병 중인 둘째 여동생이 함께 하지 못 함에 가슴 아파했다.

늦은 도착으로 첫날은 숙소에서 온천만 했다. 물이 좋은 일본이라더니 관광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우리 식구들 전용 온천탕 같았다.

여행 일정이 촉박하지 않고 여유가 있어 연로하신 엄마를 모시고 다니기가 수월했다. 아침식사도 서두르지 않고, 커피도 한 잔 즐기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필자는 똑같이 입고 다닐 티셔츠를 준비했다. 화사한 주황색으로 말이다. 첫날부터 그 티셔츠는 인기가 좋았다. 일본의 수확 여행철로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우리 식구들은 금방 한눈에 들어왔다. 동행한 다른 일행들마저 우리들을 바로 알아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필자는 이번까지 일본에 세 번째 갔다. 여행은 가본 곳 안간 곳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함께 하는 대상에 따라서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이번 코스가 이미 다 다녀본 곳이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한다는 자체가 행복했다.

필자는 어릴 때 맏이라는 것에 많은 책임감과 느꼈던 것 같다.

엄마가 해산하신 후 딸이라는 것을 확인 하신 순간 울던 모습을 여러 번 보고 자라면서 난 커서 아들보다 더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다.

많은 동생들도 나의 바람에 잘 따라주어 지금까지 누구 하나 자잘한 속 한번 썩인 적 없이 잘들 살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도 서로 선물을 사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했다.

효도라는 것이 별것이랴. 부모님이 좋아 하시는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이번 여행에서 엄마가 꿈만 같다고, 걷는 것이 조금 힘은 들어도 딸들과 함께 다니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같은 일행들도 딸들이 엄마를 챙겨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부러워했다.

필자는 항상 얘기한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리면 못 간다"고 말이다. 더 늦기 전에 엄마랑 동생들이랑 소중한 시간을 갖고, 많은 추억을 차곡차곡 쟁여 안고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 올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 다음 여행은 둘째가 완쾌돼 꼭 같이 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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