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지난 6월에 실시하려던 문학기행을 메르스 영향으로 연기했다가 며칠 전에 다녀왔다. 우리 충북수필문학회 회원들은 서울 북촌과 길상사를 감명 깊게 돌아보며 연수와 친목을 돈독하게 한 뜻깊고 소중한 기회였다.

전주 한옥마을과는 좀 다른 북촌은 서울의 전통 주거지역이다. 제1경인 창덕궁 외경부터 제8경 삼청동 돌계단 길을 다녀보니 외국 관광객도 많아 기뻤다. 마침 말레이시아인들이 한복을 곱게 입고 ‘한국의 미(美)’에 심취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자랑스러웠고, 그 나라 관광도 가고 싶어졌다.

이어서 찾아간 도심 속의 사찰(寺刹) 길상사에서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깊어가는 가을에 많은 사색을 할 수 있어 무척 보람 있었다.

‘三角山吉祥寺’라고 씌어있는 일주문에 들어서니 ‘맑고 향기롭게’라는 문구가 반겨주어 몇 번씩 읽으며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법정 스님의 말씀에서 인용한 말일 게다. 세 항목의 ‘맑고 향기롭게’는 각각 실천사항이 세 가지씩 있어 소중한 교훈이 되고 심금을 울려주었다.

첫째,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는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며 삽시다. 화내지 말고 웃으며 삽시다. 나 혼자만 생각 말고 더불어 삽시다. 둘째,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는 나누어 주며 삽시다. 양보하며 삽시다. 남을 칭찬하며 삽시다. 셋째,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는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합시다.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가꾸며 삽시다. 덜 쓰고 덜 버립시다. 이런 교훈들만 잘 실천해도 각종 사건이 크게 줄어들고, 더 바람직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데, 현실은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나기에, 서로 다투고 삭막하여 불행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조감도를 보고 경내를 천천히 다니며 살펴보니 서울 도심에 이처럼 광활하고 훌륭한 도량이 있음에 우선 놀랐다. 곳곳마다 ‘묵언’과 함께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다.’,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같은 법정 스님의 명언들이 게시되어 있어 많은 교훈이 되었다.

길상사가 있기까지 여러 사연이 있다. 한 때 이곳은 우리나라 유명한 요정 중의 하나인 대원각이 있었다. 이 절은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김영한(불명 吉祥華)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여 이런 훌륭한 사찰로 탈바꿈하였다. 절 이름도 그녀의 법명인 길상화(吉祥華)에서 따서 길상사로 정해졌고, 대웅전도 그분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미로 ‘극락전’이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김영한 보살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無所有)’를 읽고 감동하여 대원각의 모든 것을 시주하려하였지만, 스님은 만류하다가 후에 몇 번의 간곡한 요청으로 ‘길상사’를 창건했다니 참으로 어렵고 위대한 대업이다. 성모 마리아상을 닮은 관세음보살상, 불보살님의 사리가 모셔졌고 꽃 공양으로 단장된 길상7층보탑, 불교를 알고 직접 체험해보는 템플스테이와 불교대학, 범종, 극락전, 침묵의집, 법정스님의 영정과 유품이 있는 진영각 ……. 김영한 보살과 법정 스님 같은 훌륭한 분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며 관람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보람있는 문학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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