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밥상머리 교육의 시작은 밥상 앞에서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 절대로 수저를 먼저 들어서는 안된다고 시작된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수저는 음식을 먹는 필수품이며 공경심을 갖게 하는 교육의 도구였다.
 
항간에 금수저를 물었다는 말이 유행하는 가운데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청주시는 11월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하고 세계 최초의 젓가락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특별전을 비롯해 국제 학술심포지엄과 젓가락의 날 행사, 경연대회, 시연 및 체험행사 등으로 구성된 이 페스티벌은 청주시민에게 많은 관심을 두게 했으며 오는 17일까지 젓가락 특별전이 계속 열린다.
 
특별전에는 1억 원짜리 젓가락이 출품되어 화제가 되고 있고 옻칠명장이며 충북도무형문화재의 작품도 출품됐다.
 
그 외 한국 80여 점, 일본 50여 점, 중국 40여 점을 합해 총 170여 개의 유물젓가락이 출품되었다니 이 전시는 젓가락을 예술품으로 승화시켜 총망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쯤 되면 젓가락이란 숟가락과 함께 단순한 식사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이어주는 끈이고 자손만대까지 전해질 삶의 역사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특수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창조의 모티브로 삼아 동아시아문화도시의 역할을 다했으니 창조란 무궁한 세계이며 평범한 것을 특수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젓가락은 애초 제례의식의 도구였단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됨으로써 약 2천 년의 세월을 3개국이 함께 공유했던 도구다.
 
나라마다 음식문화가 달라 모양이 길거나 짧고 형태도 달랐으나 결국 목적은 하나였기에 생명문화 도시 청주에서 문화로 대접을 받으며 페스티벌로 태어났다.
 
삶을 밥을 먹는다는 말로 흔히 비유한다. 밥 먹고 사는 일이 왜 이리 힘드냐고 무심코 말을 한다. 그렇다면 밥을 먹는 일은 고귀한 행위이며 생명유지의 목적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정치인과 경제인, 그리고 부자 부모, 연예인의 자녀와 삶이 곤궁한 사람을 두고 비아냥하는 말로 사용이 되고 있으니 수저의 역할이 격하되어 몹시 애석하다.
 
다 알다시피 금은 화장품이나 약재의 재료로 사용하며 누구나 금니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 금의 부드러운 성질 때문에 순금만으로는 수저를 만들 수도 없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영어 숙어에 은수저를 뜻하는 단어가 들어 있어서 부유함의 상징으로 금수저를 운운한다는데 이 말을 듣거나 볼 때마다 씁쓸하기 짝이 없다. 한쪽에서는 수저를 문화로 격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합금이 아니면 수저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에 비유해야만 할까.
 
어쩐지 수저가 비하되는 느낌이다. 차라리 금궤를 꿰찼다던가, 금구슬을 들었다고 하면 나을 것을.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살려면 수시로 탄생하는 신조어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대화가 이뤄진다. 이런 말은 사회가 변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주로 학생이나 젊은이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다. 창조의 관점으로 보면 바람직스럽기도 하나 부정적인 의도의 말은 가려서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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