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 취재본부장] 요즘 충청 지역에서는 '충청 대망론'과 ’충청 홀대론'이 동시에 회자되고 있다. 거의 상반되는 개념인데 같은 시기에 확산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어느 하나가 맞고 다른 것은 틀린 생각이어야 하는데 문제는 둘 다 사실에 부합된다는 점이 당혹스럽다.

지난달 중순께 청와대 모 비서관을 저녁 모임에서 만났을 때 '충청 홀대론’이 충남에 번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니, 그는 충청도 출신 장관이 몇 명이고, 차관, 청와대 내의 비서관 중에도 충청도 출신이 꽤 많은데 무슨 얘기냐고 반문했다. 그분들은 모두 충북 출신이라고 했더니 그는 같은 충청도 출신으로 여겨왔는데 남북으로 나눠 별개의 지역으로 인식하느냐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청와대에 상주하며 취재일선을 뛰면서 현 정권이 충청권을 홀대한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지난 대선 때 충청권의 캐스팅보트 덕분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장차관 발탁과 청와대 비서관 기용에 있어서 충청 출신들을 중용했다. 국무총리 임명 건만 보더라도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충북 출신인 문창극씨를 지명했고, 그가 국회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또 다시 충남 출신인 이완구 의원을 발탁하지 않았던가.

현재 충청도 출신 각료는 한민구 국방부장관(청주), 윤성규 환경부장관(충주), 김종덕 문체부장관(청주) 등 3명이다. 17개 부처 가운데 3곳을 차지했으니 17.6%로 전국 총인구 대비 충청권 인구 비율보다 높다. 충청권 인구는 대전 152만, 세종시 20만, 충북 158만, 충남 207만으로 총 537만 명으로 총인구 5150만 명의 10.4%를 차지한다.

또, 차관으로는 정재근 행정자치부(논산), 장옥주 보건복지부(제천), 권용현 여성가족부(충주), 이성호 국민안전처(충주) 등 4명이 있다.

중앙 부처의 과장급 중에 충청 출신이 많지 않다. 충청 출신들이 자신을 잘 드러내놓지 않는 편이어서 서로를 잘 모르고, 그래서 실제 숫자보다 적어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중견 간부인 과장급이 많아야 공무원의 꽃이라고 하는 국장도 많이 나오고, 이에 따라 장관도 많이 배출할 수 있다.

지역을 이리저리 나누는 상황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그러나 “메뚜기 이마빡 같이 좁은 나라를 또 동서로 가른다”는 비판을 받아온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이 문민정부 이후엔 오히려 더 세분화되고 있다. 嶺南은 북도 쪽을 TK, 남도 쪽은 PK라고 부르며, 남남이 됐다. 湖南도 전북과 광주·전남 간의 동류의식이 크게 희박해졌다고 한다.

충청홀대론에 상당 부분 공감하지만, 대외적으로 “충청도마저 남북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지역으로 분할 되는 것인가”라는 인식을 준다는 우려는 지우기 어렵다.

마침 전국적으로 충청대망론이 떠오르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여야가 서로 대선 후보로 옹립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5·16 이후 처음으로 충청도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는 희망도 갖게 한다. 충청대망론을 계기로 충청권이 하나로 뭉쳐 대한민국의 미래 역사를 이끌어 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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