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중원대 초빙교수]  번갯불에 콩볶듯 , 후다닥 한 해가 가고 또 입시철을 맞았다. 매년 연례행사인 이 대학입시 때가 되면 졸예정자들의 취업난까지 가세하면서 온 나라 전체가 '입시와 취업'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가뜩이나 어수선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한층더 을씨년 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국이 정말 대학입시 지옥일까. 필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입시천국 쪽으로 치우치고 싶다. 이유는 대학 진학률에서 쉽게 답을 찿을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재수생포함) 대학 진학률 통계가 82%로 단연 세계 1위 이다. 이것도 약간 높은게 아니라 OECD 평균의 2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뿐인가. 등록금만 싸들고 가면 입학을 허용(?)하는 대학들이 전국에 널려 있지 않은가. 이같은 대학 입시천국이 세계 또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대학입시 지옥'이라 불평이다.

 시험을 앞두고 해당 학생은 물론 부모와 가족들까지도 일정 기간 손톱 발톱 심지어 머리카락 조차도 못깎게 한다든지, 생일이라도 미역국을 안먹는다든지, 부모님이 인근 사찰을 찿아 무릅팍이 까지도록 절(拜)을 올리는 등 관계자는 물론 가족들까지 합격(천국)을 갈구한다.

 이같은 입시지옥은 통계(경쟁률)를 무시하거나 사회문화적 이면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수치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대학진학 경쟁율은 분명 치열하지 않다. 당장 등록금만 준비하면 입학을 허락하는 대학들이 전국에 널려 있다는 얘기다. 우리 미래에 학령인구 감소추세가 지속된다면 이같은 경쟁저하 현상은 더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 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사실 역설적 접근이다. 보통 스카이(S K 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나 이화여대 등 특정 상위권 대학들의 입시전쟁은 극도로 치열하다. 바로 이 상위권 대학을 두고 입시지옥이란 말이 성립된다. 결국 입시지옥이란 문제는 왜 상위권 특정대학에 꼭 보내려고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상위 유명대학을 졸업해야만 사회적 영역확보가 유리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들의 사회적 결속 네트워크도 매우 강하다. 또 개인 능력과는 무관하게 누릴수 있는 사회적 후광도 밝다. 이같은 여러 장점들이 우리 사회의 학벌숭상 의식과 잘 맞아 떨어진다. 때문에 입학할 수만 있다면 재수, 삼수까지도 감수하지 않는가.

 우리 사회는 개인의 능력보다 철저하게 학벌을 중시해 오고 있다. 모든 면에서 학벌이 중심이 되는 사회 시스템이 고착화 됐다는 얘기다. 때문에 입시경쟁이 치열하고, 통용되는 입시지옥이란 말은 학벌숭상 의식이 고쳐지지 않으면 사실상 해결책이 없다는 결론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입시지옥이라면 그 이면의 학벌숭상주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 학문연구가 목표인 대학은 '어느(상위) 대학을 가느냐' 보다는 '어느과(科.전공)를 선택 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필요 하다. 다시말해 '무엇을 전공해야 성공 하느냐' 이전에 '좋아하고 즐기는 전공을 먼저 찿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벌숭상주의 유죄' '입시지옥 유죄'다.

이사회의 지도자는 최고가 아닌 유일한 사람이며, 유일한 사람은 즐기는 사람이란 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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