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사회2부장] 어느 덧 벌써 인사철이다. 매년 이맘 때면 공직사회가 시끄럽다. 특히 1년에 한 번씩 어김없이 교체되는 지방경찰청장 전보 인사에 '주성동'이 들썩거린다.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근거없는 하마평에 지칠만도 한데 해마다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인사철만 다가오면 몇 달 전부터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한다. 누가 장(長)으로 오느냐에 따라 업무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신상에도 변화가 온다. 그렇다보니 귀동냥을 하려고들 아우성이다.

이런 악습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청장 교체 1년 주기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다. 지휘관 입장에서는 재임 기간이 정해진데다 짧다보니 치안철학을 발현하기가 불가능하다. 도내 경찰서 서너 곳을 방문하고, 지역 정서를 겨우 파악했을 무렵이면 벌써 '짐싸는' 인사철이 목전에 와있다. 직원들과 인사하다가 1년이 후딱 지나갔다는 어느 청장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기관으로서도 비효율적이다. 제대로 된 정책이 도출될 수 없는 구조다. 지휘관 입맛에 맞춘 시한부 정책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인 계획은 온데간데 없다. 반짝 아이디어로만 승부하다보니 사상누각(沙上樓閣) 정책만 양산될 뿐이다. 우수 정책도 지휘관이 교체되면 슬그머니 사라진다. 좋은 제도는 온전히 이어받아 발전시켜야되지만 묻히기 십상이다.

이런 폐단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간다. 도민들은 매년 바뀌는 대동소이한 치안정책에 휘둘릴 뿐이다. 충북은 창의적인 치안정책을 펴는데 최적의 지역이라고 한다. 관할 면적이나 인구 수를 볼 때 크지도 작지도 않다는 점이 지휘관들에게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도농복합 도시형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는 데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재임 기간 1년이 발목을 잡게 된다. 최소 2년은 근무해야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정책 실행에 따른 장·단점을 찾는데도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정책은 연속성이 생명이다. 실행 도중에 단절되는 정책은 아무리 좋아도 무의미하다. 충북경찰청장이 조만간 교체된다. 윤철규 청장이 의욕적으로 펼친 어르신 치안시스템 견학프로그램도 어찌될 지 모른다.

청장 교체 주기가 2년이 될리는 만무하지만 부디 알찬 제도만큼은 지속됐으면 한다.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을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은 그 길 뿐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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