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화장애에 대해서

여러 신체 부위에서 발생하는 통증, 감각이상, 기능이상 등으로 인하여 여러 의학적인 신체 검사나 진찰을 받아 보아도 증상을 유발할 만한 신체적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신체화 장애라고 합니다. 신체화장애는 각종 스트레스 또는 갈등 등의 심리적 문제가 신체 여러 부분의 증상으로 변화하여 생기는 정신장애입니다. 흔히 스트레스성 질환, 신경성 질환으로 불리는 장애입니다.

환자들은 다양하고 많은 신체적 증상을 보이며 모든 장기에 걸쳐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체적 증상 외에 우울감, 불안감, 자살충동, 약물남용, 알코올남용 등의 정신 증상도 흔히 동반됩니다.

외국의 경우 일반인의 평생 유병률은 0.1~0.2%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소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여자의 발병률이 남자에 비해 5~20배 정도로 월등히 높습니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신체화장애 유병률이나 경향성이 높은 이유 중에 하나는 인내와 자기통제를 중시하는 동양적인 전통사상의 영향입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왔습니다. 내면의 심리적 고통을 감정으로 표출하는 사람을 문제가 있는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거나, 나약한 사람으로 단정 짓기도 했습니다. 또한, 위계질서가 중요시 되는 한국사회에서 아랫사람이나 여성이 자신의 불만이나 감정적 견해를 직선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설령 정서적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인 신체증상으로 바꿔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시집살이로 고생하는 며느리가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에게 ‘억울하다’거나, ‘화가 난다’라고 직설적으로 얘기 하지 못하고 신체적으로 수반되는 증상인 ‘가슴이 답답하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 등의 신체증상으로 바꿔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표현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슬픔이 밀려올 때 ‘가슴이 아프다’, 절망감에 의욕이 없어 우울할 때 ‘팔다리 맥이 풀린다’, 불안, 초조할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 공포에 휩싸여 무서울 때 ‘등골이 오싹하다’, 스트레스로 고민을 하거나 갈등 상황일 때 ‘머리 아프다’, 질투심이 느껴질 때 ‘배가 아프다’ 등등으로 많습니다.

신체화장애의 치료는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증상의 개선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정서적․환경적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가 됩니다.

▲ 경희밝은마음한의원 임재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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