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 두렵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이곳 용·명·산동에 부임했다. 아니 두려움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일 년이 다 됐다.

청주·청원 통합으로 인해 처음 근무해보는 주민자치센터다. 청주시에서 40여 년을 살았어도 왠지 낯설게 다가왔다. 직원 수도 적고 사무실도 좁았지만 제일 큰 걱정은 옛 청원군과 청주시의 정서 차이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일 년을 돌아보니 그것은 필자의 기우였다.

명암동과 산성동은 아직도 농사를 짓는 가구가 많다. 산성에 있는 시유지 만평을 주민자치센터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주말에만 갈 수 있었던 청주시의 상당산성을 근무시간에 가서 모를 심고, 베기도 했다.

일 년 동안의 수고로 얻은 수확을 연말 연례행사인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힘은 들어도 모두가 좋아한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일하는 직원들 또한 농민의 마음을 닮아 푸근하다.

어느 동이나 별반 다를 게 없겠지만 우리 동은 거의가 다 여직원들이다. 기간제 직원들마저 모두 여직원이다 보니 남자 직원들이 귀하다. 게다가 남자 직원들이 모두 조용한 성격이라 내 방에 앉아 있으면 여직원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옛날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며 여자들 웃음소리가 담을 넘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단다.

직원 수가 적어서 한명만 자리를 비워도 점심교대가 어렵다. 그럴 때 마다 점심을 배달하여 먹곤 한다. 햄버거를 먹을 때도 있고 짜장면을 배달해서 먹을 때도 있지만 모두 즐겁고 맛있게 먹는다.

필자가 우리 직원들 나이 때 읍면에서 민원을 처리 할 때는 지금처럼 상냥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간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어 창구에서 민원인을 대하는 친절한 목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관리자인 내 눈에도 보이는 친절함이니 민원인들이 느끼는 것은 더하리라.

사무실 화분에 물을 줄때도, 후원물품을 배달할 때도 모두가 함께하며 웃음소리를 달고 다닌다. 기초수급자 어르신들이 오면 복지사가 달려 나가 "할배, 왜 왔어?"하며 마치 손녀가 할아버지를 대하듯 반긴다. 여느 집의 손녀딸과 할아버지 사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모든 게 편해서 그런지 우리 동 직원 중 유독 임산부가 많다. 올해도 임산부가 3명으로 1명은 출산을 하고 지금은 2명이 대기 중이다. 내달이 출산일인 직원을 팀장님은 항상 집까지 차로 바래다주고 있다. 꼭 친정아버지가 딸을 데리고 가듯이 함께 퇴근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여기 와서는 다이어트가 안 된다.

직원들의 친절함에 간식을 갖다 주는 민원인들이 많아 출출한 오후 간식을 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통장님들과 주민들이 농사를 지었다고 호박, 파, 고추 등 봉지봉지 담아가져다주시기도 하고 도토리묵을 쑤었다고 가져오시기도 한다.

요즘 직장인들은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다. 그러기에 직장의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새해에도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소통과 공감이 공존하는 용·명·산동이길 2015년 을미년을 기쁘게 마무리하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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