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조신희 기자] 영화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는 조선시대의 마술이란 다소 생소한 조합을 소재로 가져왔다. 언뜻 보면 어색하게 느끼지는 이 조합을 어떤 방법으로 조선시대에 적합하게 만들었을까. 김대승 감독은 ‘조선 마술’을 위한 공간 물랑루를 창조해 마술이란 소재를 시대 속에 스며들게 했다.

 

물랑루란 공간은 서양식 공연무대의 총집합이다. 관객석이 층으로 구성된 건 엘리자베스 시대 극장을, 천정이 없어 자연과 아우러지는 건 그리스 시대 원형극장을 본 땄다. 물랑루란 이름 역시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의 번화가 클리시거리에 있는 댄스홀 ‘물랭루즈’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서양식 공간을 조선시대 미술과 감성으로 재탄생시켜 신선함을 선사했다.

 

김대승 감독은 “기존 질서, 계급 구조조차 없어져버린 공간”이라고 물랑루를 정의했다. 그의 의도대로 물랑루는 계급구조가 혼재된 공간이 됐다. 그간 영화 속 천민들은 바닥이 곧 무대였지만 이 영화는 천민에게 단이 높은 무대를 주고 구경꾼들에게 바닥을 내줬다. 계급과 높이가 일치시키던 영상 언어를 뛰어넘은 시도였다.

 

또 물랑루는 마술을 펼치는 곳이다. 보통 남사당패의 공연이 양반과 왕족의 실상을 까발리는 풍자를 바탕으로 하나 ‘조선마술사’의 마술은 독특하게도 비밀 뒤 진실이 아닌 ‘비밀’ 자체가 하나의 공연이 된다.

 

‘조선마술사’는 단순히 특이한 소재를 취하는 것 이상으로 현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흔적들이 보였다. 그런 노력이 마술사와 공주의 러브스토리에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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