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2016년 5월29일로 4년간의 임기가 만료되는 제19대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 수밖에 없다. 보통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될 즈음엔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보다는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등 지역구를 챙기는 선거 예비활동에 치중하게 마련인데, 19대 국회의 끝자락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필리버스터가 벌어지는 등 치열한 정쟁이 벌어졌다. 그 이유는 바로 '테러방지법' 때문이다.

정확한 법의 명칭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다. 지난 3월3일 제정된 이 법은 시행이 유예된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발효돼 현재 시행중이다. 이 법은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및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목적으로 하는데, 헌법적 근거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목적이나 형식의 면에서 직접적인 위헌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직접적인 테러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국제테러조직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그 활동지역도 점차 넓혀지는 추세에 있는 걸 감안하면 테러를 효율적으로 방지할 법령의 필요성도 부정하긴 어렵다고 할 것이다.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진영에서 가장 우려를 하는 점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법률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 테러의 개념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테러단체는 국제연합(UN)이 지정한 테러단체를 의미한다지만, 테러개념에서 정의된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테러방지법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법은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하여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테러관련인물에 대한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 정보수집 권한과 추적권한을 부여받은 국정원이 권한을 남용할 경우 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지적할만한 내용이라고 본다.

예측이 어렵고 일단 발생하게 되면 크나큰 피해가 발생하는 테러의 특성상 포괄적인 정보수집과 신속한 대응을 통해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단의 적정성, 침해 최소성 측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명목으로 권력기관이 무고한 시민들을 탄압했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아직 그 트라우마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 강행과 의결 반대라는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며 투쟁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 국가와 사회의 안전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묘안을 내기위해 더 노력할 수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성심을 다하는 것이 국민에게 전달되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길 제20대 국회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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