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경칩도 춘분도 지나면서 초목의 새싹이 돋아나는 약동하는 봄이 되었다. 경칩 무렵에는 봄을 재촉하는 봄비도 대지를 적셔주어 더욱 삼라만상이 소생하는 봄을 실감나게 하였다. 일기예보에서는 천둥과 번개가 치며 요란한 비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우리 지방에는 다행히 조용한 단비를 내려주었다.

  이런 조용하게 내린 비처럼 우리 마음도 항상 평온하고 즐겁고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순간의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여 걷잡을 수 없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사례가 많다. 또한 어린 자녀를 학대하고 심지어 목숨을 앗아가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이어져 큰 걱정이다. 거의 모두 욱한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여 생긴다고 생각하니 책을 읽으며 메모해두었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되새기게 되었다.

  물 위에 글씨를 쓸 수는 없다. 물속에서는 조각도 할 수 없다. 물의 본성은 흐르는 것이다. 우리의 성난 감정은 바로 이 물처럼 다루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면 터뜨리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자. 마치 물이 강으로 흘러가듯이 분노의 감정이 자신의 내면에서 세상 밖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자.

 이것은 감정을 숨기는 것과는 다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서 떠나가게 하자. 그것은 결코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가장 지혜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욱하고 일어나는 감정을 일어나는 대로 터뜨리거나 억지로 억압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고 그 감정의 흐름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감정이 속에서부터 올라와 세상으로 퍼져가는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분명히 알아채어 인식하라는 말이다. 그것은 숨기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나오는 대로 쉽게 터뜨리는 것도 아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또 아주 지혜롭게 풀어주는 것이고 놓아주는 것이며 녹여주는 것이다. 버릴 것도 없고 잡을 것도 없고, 버리려고 하면 못 버릴 때 괴롭고, 잡으려고 하면 안 잡힐 때 괴롭지만, 이렇게 저렇게 어찌할까 걱정만 하지 말고 그냥 다 놓으라는 것이다.

  필자가 일상생활에서 겪은 것과 비교하여 보아도 그렇다. 화가 많이 났을 때 그 속에서 소용돌이치지 말고 살며시 빠져나와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는 화가 많이 났구나. 욱한 감정을 슬기롭게 이기며…….'

  나는 그냥 나 자신이면 되고, 내 소신껏 살아가면 지혜로운 삶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길일 것이다. 비교라는 것은 대부분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니,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고 서 있으면 거기에 그 어떤 비교나 판단이 필요 없다.

  비교하는 마음만 놓아 버리면 이 자리에서 좀 더 행복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 모든 바람이나 욕망들도 비교하는 마음에서 나오고, 질투나 자기 비하 또한 비교에서 비롯되고, 욱한 감정도 비교하는 데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저 나 자신만을 가지고 충분히 평화로울 수 있어야 한다. 나 혼자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 행복이 아닌 절대 행복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건전한 가치관과 소신이 뚜렷하고 오롯한 나 자신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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