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1982년 출범해 서른다섯 돌을 맞은 한국프로야구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알차게 성장해 800만 관중을 목표로 화려한 막을 열었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많은 이들을 열광케 하는 야구는 여러 스포츠 종목 중 유독 '인생의 축소판'이라 회자된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우리네 인생사와 닮지 않은 것이 있을까만, 야구와 인생의 닮은 듯, 다른 꼴을 찾아보면 참으로 많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느끼는 복잡한 내면과 외면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감정이 인생살이와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땀과 과실은 비례하는 것으로 어느 때는 경기가 쉽게 풀리는 날이 있고, 또 아무리 집중해도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도 종종 있다. 그러나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이며, 이는 삶에서 성취보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다.

 위기 뒤에 찬스가 있고, 나를 희생하는 번트와 팀배팅(team batting), 분업화된 위치에서 완벽히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소속감과 책임의식, 한번 공격하고 수비하는 굴곡과 변화, 상대의 방심을 틈타 남의 것을 훔치는 합법적인 도루, 그리고 시종 끌려가다 끝내기 홈런 한 방에 뒤집는 대역전극이 그러하다. 또한 한번 실패하더라도 또다시 기회는 오기 마련이고, 슬럼프나 실수에 좌절하지 않고 심기일전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찾아온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고, 긍정적인 도전의식이 없으면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된다.

 하비A.도르프만은 그의 저서 「야구에서 배우는 승부의 법칙」에서 "야구는 철저한 심리전이며 자기와의 싸움, 그리고 인간적인 성취를 담고 있다"고 얘기한다. 또 타이콥은 "선수의 팔다리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 말했다. 짐울포드 또한 "야구의 90%는 정신적인 것이다"라 말했다. 야구도 인생도 모두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 해석이 된다.  

우리네 인생도 장기 레이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아실현이라고 한다면 힘든 역경을 딛고 노력여하에 따라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믿음과 성실함이 수반돼야 한다. 긴 승부의 과정에서 약팀으로 전락하는 것은 전진하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방어선을 긋고 무너지는 팀을 추스를 능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야구나 삶이나 한 순간에서 끝나지 않고 늘 진행형이다. 어제의 눈물이 오늘의 영광이 될 수도 있고, 거꾸로 오늘의 영광이 내일의 굴레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승리나 성취 자체보다도 늘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닮은 듯 다른 듯, 우리는 야구를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희망의 끈을 붙잡고 우리 사회를 규정하면서 억압하는 경쟁의 논리, 승자의 논리 그 이상의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야구는 몰라요!' 그렇다. 우리 인생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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