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변호사

[박정훈 변호사]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계절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4월 1일 개막하여 팀당 144게임을 소화하는 대장정에 돌입하였다. 유난히 한국 선수들이 많이 진출한 미국 프로야구도 4월 3일 팡파레를 울렸다. 일주일마다 류현진의 투구를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던 필자로서는 작년 한해 개점 휴업했던 류현진이 그리웠었다. 올해는 심심함이 덜 할 것 같다. 자! 그러나 류현진보다 훨씬 공을 잘 던지는 사람이 우리 집에 있다. 바로 내 딸이다. 초등학생인 내 딸이 던지는 공은 메이저리그 홈런타자도 손을 대지 못한다. 왜 일까? 공이 타자 앞에 도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최근에는 이와 같은 현상 투성이다. 도대체가 서로 합의된 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명시적, 묵시적으로 형성된 법과 제도, 사회규범에 따라 모든 것이 작동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는 그렇지 않다. 각 정당의 공천파동은 일정한 기준과 원칙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예에 속하다.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20대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율이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재외 국민선거 투표율도 19대 총선보다 4.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판세를 뒤흔들 이슈가 없는 데 다가 갈팡질팡하는 각 정당의 공천파동에 싫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전례가 없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옥새투쟁'은 어쩌면 역사적인 사건일 수도 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친박', '비박', '진박' 등 각 계파의 지분확보를 위한 '투쟁'이 눈물겨워 보였다면 지나치게 감상적인 표현일까. 상향식 공천을 마다하고 잡음 많은 전략공천을 통해, 또는 납득할 수 없는 공천배제로 정치보복이라는 오해를 불러왔던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행태도 칭찬받을 위치에 있지는 않아 보인다. 계파정치의 종식과 당내 민주주의를 이루어내지 않고 한나라의 집권정당이 된 들 무엇 하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은 또 어떠한가. 친노 이미지가 강한데다가 역시 패권공천을 자행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김종인 대표의 '셀프공천'이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소속 의원 및 당원들의 국민의 당으로서 이탈은 크나큰 손실로 보아야 한다.

 국민의 당의 선전도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한 의원들을 품에 안았다고 하여 그것이 안철수 대표가 말하는 '새정치'라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스스로 자기 색깔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 아닐까.

 이럴 때 일수록 국민들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라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를 표기한다면 제일 나쁜 놈들이 다해먹는다'라고 했던 함석헌 선생의 말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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