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심사조정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심사조정위원] 봄을 맞아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름답게 온통 산하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삶의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생동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오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완벽하게 이루고 싶은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실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작은 잘못이나 실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모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시간과 장소와 환경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대기업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이 한 순간에 갑질의 상징이 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는 을의 설움을 누구보다 처절하게 경험하였으며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싫어 밤잠을 참아가며 맡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였다고 한다. 폭력을 미화하거나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룬 사연을 기사를 통해 접하고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세상이 요구하는 윤리적 도덕적 수준의 잣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점에서 사회가 그 만큼 건강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인춘풍 지기추상>이라는 말처럼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였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필자가 지역 기관장으로 근무할 때 타지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사연이다. 얼마 전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내가 3년 전 암수술을 받았는데 재발하여 1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성격이 명랑하고 마음이 따뜻한 분으로 기억되었기에 걱정도 되고 위로도 할 요량으로 지인이 운영하는 경북 산골 오지에 있는 힐링센터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평소 부인이 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즐겁고 기쁘게 생각하면아픔은 잊을 수 있다고 하며 자주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였는데 그날도 같은 말을 하였던 것 같다. 그 때 부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다시는 아프다는 말도 못하겠다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컴패션(compassion)은 동정 혹은 연민의 뜻으로 고통스러움을 공감한다는 라틴어 어원이다. 고통의 본질은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다고 한다.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 갖게 되는 역학적 감정으로 실제 중병으로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는 오히려 위로가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에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죽음의 공포로 심약해진 부인에게 마땅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가슴이 답답하였다. 한 달이 지난 요즘 센터에서 운동하고 산책하며 예전의 밝게 웃는 모습의 사진을 보내올 때마다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하다.

완벽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자책하며 절망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세상에서 절대자 외에는 누구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고 한다. 생각이 다르거나 조금 부족할지라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옹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 엄마가 자애로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어려움과 고통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배려심이 필요하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일찍 만개한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발산하며 다가오는 아름다운 봄날이다. 사람에게는 완벽해지려는 욕망이 있기에 부족함과 모자람을 채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작은 실수나 흠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공감하는 자세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주말에는 친구부부가 머물고 있는 산골을 찾아 자연스럽게 널려 있는 꽃들과 적송으로 둘러싸인 계곡을 산책하며 온몸으로 생명의 힘을 느끼고 마음이 간절하다.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배려하고 공감하며 서로 손잡고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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