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외국기술만 쳐다보는 한국, 이대로 좋은가?'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인다. 중국에 바짝 추격당하고 일본과 기술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이 안 따갑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는 30여개의 중·대형 열병합발전소에 쓰이는 가스터빈 중 우리 기술로 만든 제품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너무도 충격적이다. 미국 EG, 독일지멘스, 일본MHPS(미스비시히타치 파워시스템스) 등 외국 업체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가스터빈은 열병합로에서 1047도 초고온 가스를 활용해 분당 3600회의 속도로 회전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기술이다. 업계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아직 고온·고압을 버티면서도 정확하게 가동되는 대용량터빈을 만들 수 있는 소재기술과 기초 설계 경험이 없다"고 말한다.

 국내 최장 다리도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인천 송도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다리의 길이가 21.38km다. 국내에서 가장 긴 교량이다. 세계에서도 여섯 번째다. 한국 건설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실상은 다르다. 이 설계는 일본의 조다이(長大)가 맡았다. 한 토목 설계 전문가는 "이 회사의 하마지라는 기술자가 인천대교는 물론 영종대교의 구조 설계도 맡았다"면서 이 사람이 보유한 경험과 기술이 우리나라 교량 설계 업체의 전체를 합친 것 이상이라고 한다. 인천대교는 주탑에서 뻗어 나온 케이블이 다리 상판을 지탱하는 사장교다. 이 케이블의 제작과 설치 역시 외국 회사들이 맡았다. 케이블은 일본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新日本製鐵)이 만들었다. 케이블 설치는 프랑스의 프레시네(Freyssinet)가 맡았다. 국내 이런 기술을 가진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싸도 외국 회사가 달라는 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원천 기술 부재가 기술 종속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터빈이나 바다를 연결하는 교량 등의 유지·보수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그때마다 처음 기술을 제공한 해외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스 터빈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발전업체들이 지출하는 보수비용은 연간 2천억 원이 넘는다. 터빈 값보다 유지 보수비가 더 많다. 가스터빈 한 대를 팔아 수십 년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선진국 기업의 경쟁력이다. 국내에서 제일 높고 세계 6위인 제2롯데월드 123층 신형건물의 첨단기술분야는 외국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 외국기술 의존도가 높은 우리 실정을 냉철히 바라봐야한다. 가스터빈은 1천도 이상의 초고온에서도 견디는 소재설계기술이다. 고도의 첨단기술이다. 기초과학부터 다져나가야 한다. 이러지 않고 일시적인 방편으로 접근한다면 우리의 첨단 기술 분야의 경쟁력은 요원하다고 본다. 교육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예산을 배분하는 교육부, 대학, 시도 교육청, 일선 초·중·고가 거국적이고 총체적으로 힘을 합쳐 전략적으로 대처해나가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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