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오바마 미 대통령이 5월 27일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아베 일본 총리와 함께 갈 계획이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동남아 국가들은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전범국'이 '원폭피해국'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되는 것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국민정서상 용납될 수 없다. 미국은 일제의 진주만 침략사실을 잊었는가? 과거를 잊고 현재의 국가이익만 중시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세계적 입장이 아닌 미국적 관점에서 판단한 것은 아닌지? 미국 측에 묻고 싶다. 일본이 재무장해서 과거와 같은 제3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으킨다면 미국은 역사의 반역자로 남게 될지 모른다.

 G7 외무장관 히로시마 선언문 '꼼수의역'을 보면서 아직도 일본이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G7 외무장관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여건을 만들고 더 안전한 세계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며 '히로시마 선언'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현직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히로시마를 공식 방문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원폭 피해국'이라고 왜곡 과장하여 홍보하고 있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핵의 비참함을 널리 호소하는 의미로 '비인간적인 고난'으로 번역했다"라고 변명했다. 히로시마 주민들은 원자폭탄 투하의 '비인도성'을 강조하는 문구를 히로시마 선언에 담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가 강력히 반대하자 일본 정부가 번역을 통해 '꼼수'를 썼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미루어 짐작 건데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일본적 입장에서 해석하고 이를 이용할 게 분명해졌다. 히로시마 방문은 일본의 전범국 책임론을 희석시킬 게 분명하다. 일부 학자들은 오바마 비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북핵을 방관하며 핵 없는 세상을 외치는 것은 모순이 아닌지. 미국 측은 전쟁 책임을 최소화하고 전쟁의 피해자로 왜곡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하기 바란다. 미국 내에서도 "일(日)선 이미 사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라고 이해하고 있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장고 끝에 결정한 일본 히로시마 방문은 동북아의 외교안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이벤트는 단견이 아니지 의구심이 깊다.

 미국의 일본 원폭투하 71년 만에 미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이 대통령의 업적 쌓기에 근본 목적이 있다면 이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의 임기 내 업적 쌓기와 원폭피해국으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아베신조의 외교 전략과 맞아떨어진 것이 석연치 않다. 미국은 책임 있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시 미국은 그들의 반격과 일본의 패망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전범국 일본을 잊고 원폭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일본을 어루만진다.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외교적 단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일본의 오만(傲慢)한 자세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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