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금년도 봄은 유난히도 강수량도 많았고 빛도 비교적 좋아 과일 농가의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봄도 일찍 찾아와 벚꽃 피는 시기가 지난해에 비해 빠르게는 10일 이상 앞당겨지면서 온난한 기온이 계속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복숭아, 자두, 사과 등 모든 과일들이 열매 맺기가 좋아서 농가마다 적과 일손이 모자라서 난리들이다. 예년의 경우 복숭아나 자두 등의 과일 개화시기에 저온이 온다든가 심지어는 진눈개비가 내리는 기상 악화로 과일 맺는 비율이 떨어져서 울상을 짓기도 했는데 금년 봄은 온도도 높았고 강수량이 제때 제대로 맞추어 주면서 과일의 착과상태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충북을 대표하는 영동지역만을 봐도 복숭아의 착과가 너무 많아 적과작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젠 우리 지역의 봄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런 현상들이 지속될 수 있다는 예상을 해본다.

이렇게 우리나라도 온난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 과일재배지도가 바뀌고 있다. 이미 감귤은 제주도를 떠나 육지에 상륙한지 오래되었으며 이미 경남의 거창지역 까지 올라와 있는 추세이고 보성지역과 하동지역이 주산단지였던 녹차도 이미 강원도 고성까지 올라와 있으며 사과 또한 대구 김천을 거쳐 포천과 강원도 양구, 인제까지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강원도 지역의 사과 재배면적 추이를 보면 2006년도 125ha에 불과하던 사과재배 면적이 2015년에는 1,721ha로 7배가 넘게 확대된 것을 봐도 우리나라에서의 온난화에 의한 재배지역 변화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도 상승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보다 2배가 높은 1.5도가 상승한 것을 볼 때 온난화의 진행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면서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리들의 주과일이 아열대 과일에 속하는 메론이 될 것 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으며 2070년 이전에 아열대기후에 편입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온난화는 아열대작물에 대한 관심과 재배가 확산되면서 망고, 구아바, 용과, 쓴 오이, 체리, 패션푸르트는 물론 바나나까지도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에서 특히 남부지방에부터 월동이 이루어지면서 재배 면적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체리의 경우는 중부지방까지 재배지가 확산되면서 전국 재배 면적이 500ha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체리의 재배면적이 확산된 데다가 외국에서 수입되는 체리의 양도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다. 이렇게 체리가 우리식탁의 과일 자리의 영역을 넓혀가면서 우리의 과일 선호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름과일의 왕자를 지칭하면서 사랑 받아오던 수박의 소비가 줄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교적 젊은 층의 주부들이 무거운 수박을 사다가 냉장고에 넓은 면적을 차지하면서 보관해야 하고, 1인 아니면 2인이 사는 가정에서 수박 한통의 양은 몇일을 먹어야 하는 양이기에 수박을 사는 것보다는 체리를 사다 먹는 것이 여러 방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또한 달콤새콤한 체리의 맛에 길들여진 젊은 주부들의 입맛이 그대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파되면서 어쩌면 아주 가까운 시기에 우리 가정에서 먹는 과일의 선호도가 완연히 바뀌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온난화에 따라 작목의 재배 지도가 바뀌고 그에 따른 우리들의 먹 거리도 바뀌면서 사회 환경 전체를 바꾸어 놓을 추세인데 체리의 등장은 우리 농업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체리가 우리 먹 거리 중 과일의 많은 양을 차지하게 되면서 수박과 참외 등 우리 고유의 여름과일들의 설자리가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체리는 운반과 저장, 맛, 가격 면 에서도 우리 과일들과의 경쟁력에서 유리한 입장을 유지하게 되고 그 맛에 점점 더 취해가는 젊은 층들의 변화는 그 맛이 대를 이어 전해질 것은 불 보듯 뻔  한 사실로 볼 때 우리의 농업에서 작목선정과 육성 측면에서도 발 빠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너도 나도 아열대 작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시범재배 등을 통해 시작하는 첫 걸음을 떼고   있지만 아직은 그 수요 창출과 경영면에서 성공적인 모델이 딱히 나타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체리의 경우는 다르다. 그 전부터 조금씩 재배를 해왔으며 수입과일의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일부 품종의 경우는 중부지방에서도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하다는 조건에 성립 되면서 국산 체리의 진가를 발휘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농업에서도 체리의 재배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미 접근해 있는 농업인들의 현장지원을 강화하고 접근을 희망하는 농가의 교육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여름과일의 제왕으로 발돋움 할지도 모르는 체리의 등장을 우리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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