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최근 일어난 서울 도심지 강남역 근처 빌딩내의 한 여성에 대한 정신 병력을 가진 피의자에 의한 살인사건은 현장 주위를 지나는 매우 많은 여성들의 추모표시 행동으로 이미 단순한 범죄사건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사건 설명을 보면 주범인 남성피의자의 정신 병력을 바탕으로 평소 심약한 상태로서 여성에 대한 편집적인 피해환상에 사로잡혀있었던 것으로 정신병으로서의 계기를 원인으로 꼽는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피의자가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적인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단순한 개인의 일탈적 비극으로 보지 않고 집단구성원에 대한 여성혐오적인 사회적 범죄양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제 우리는 무엇보다도 특히 이 사건을 대하는 희생자의 연령대로 보이는 다수의 여성들이 보이는 행동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강남역 근처 펜스 구조물 등에 부착된 수많은 노란색 메시지들에 대해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이 수많은 여성들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관행들에 대해 원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모의 글로 나타나는 메시지는 구조화된 것으로서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즉 현재 드러난 안타까운 심정을 적은 이 외침들을 어떻게 애써 외면 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여기에 반하는 일부 몰지각한 반대 글과 행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였지만, 대다수의 추모의견에 묻혀 버리고 만다.

 먼저 우리는 그동안 꽤 많은 기억하기 싫은 대형 사건과 사고들을 겪어오면서 사건의 사후조치를 제대로 마무리 짓거나 그 예방조치를 제대로 취해왔는지 확신을 내리기가 두려워진다. 또한 이제 우리 사회도 현대인들이 겪는 질병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비중과 관심도 늘어나고 있는 바이지만, 이에 대한 관리체계도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의 정신적 프로그램이 고장이 나서 방치되는 경우 일어나는 사건은 개인의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일이 '묻지마'식 살인사건의 비극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모든 일의 발생은 원인이 있어서 그 구조를 파헤쳐 구조적으로  얽혀있는 실타래를 푸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 개인이 촉발한 사건의 배후도 좀 더 넓고 깊은 안목으로 짚어가 보면 사회적으로 관계하고 얽혀있는 이야기 구조를 찾을 수 있다. 이 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근본적으로 수정하거나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결코 개인의 잘못된 일탈적 비극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사건 현장에 참여한 많은 여성 또는 남성들과 같은 심정으로 반성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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