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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을 보내며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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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5  10: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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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 오월은 수식어가 많은 달이다. 가정의 달이니, 계절의 여왕이니, 오월의 신부니 등 말이다.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유난히 행사도 많다. 역으로 봉급생활자들의 애환이 제일 많은 달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큰 것 같다. 모 신문사에서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73%가 가장 부담스러운 기념일로 어버이날을 꼽았다. 심하게 표현하면 가정의 달인 오월을 '파산의 달'이라고까지 한단다. 점점 팍팍해지는 삶 속에서 청년들은 일터가 부족해 삼포시대란 신조어가 공공연해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 형제간의 만남도 쉽지가 않아 어버이날을 따로 제정했다고도 한다.

 올해도 예외 없이 동생들과 시골 노모 댁에 모였다. 맏이인 필자에게 고기를 사오라고 해 고기와 부식을 사가지고 가는 발걸음이 더없이 가볍다. 번거롭지 않고 간편하게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지만 엄마를 모시고 집에서 왁자지껄 한 끼 먹는 것이 더 정겹고 맛있다. 다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보니 우리 아들, 아무 말이 없다. 카네이션 하나도 없이 그냥 지나친다. 며칠이 지났지만, 서운함에 아들에게 선물은 없어도 카네이션 한 송이도 없냐고 따져 물으려다 멈칫 입을 닫았다.

 평소 아들의 행동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공부는 특출하게 잘 하지 못했지만 아들 노릇, 손자 노릇을 썩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달이 할머니 용돈을 통장으로 입금하고 체크카드까지 만들어 드렸는데 더 이상을 바란다면 내가 너무 몰염치한 사람일 게다.

 지난달 퇴근 후 집에 가니 어머님이 새 옷 자랑을 하신다. 손자가 사주었단다. 쇼핑백을 보니 백화점 봉투다. 얼마 주셨냐고 물어 보니 너무 비싸서 그런지 말을 못하시겠다며 손자한테 물어 보란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난 아들에게 물어 보지 않았다. 사줄만해서 사 주었을 것이고,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어서 받았을 것이니 말이다.

 아들은 유치원 때부터 집에서 나갈 때도, 돌아올 때도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리기고 계시던 할머니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아들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고, 어머님 역시 손주사랑이 대단하다. 아침마다 손수 아침을 챙겨 주시고, 하루도 빠짐없이 의복을 깔끔하게 준비하여 산뜻한 모습으로 출근 시키는 게 당신의 유일한 기쁨이시란다. 그러니 어버이날 꽃 한 송이쯤, 작은 선물 하나쯤 없다고 서운해 할 수가 없다.

 출가한 딸이 어버이날에 저희 가족끼리 여행을 간다며 미리 왔었다. 보고 싶은 손자가 오니 적막한 집안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데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손주 녀석 잠투정이 여간 심해서 온 식구가 매달려도 막무가내다. 아들이 저도 어릴 때 저랬냐고 묻는다. 잠시 생각을 해보니 30년 동안 아들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어버이날이 지나고 일주일 후 아들이 휴무라며 데이트를 신청했다.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식사를 하면서 아들은 어버이날 아무것도 못해드려서 죄송하다며 영화도 한편 보여줬다. 어버이날 그냥 지나쳤다고 투정 안 부리길 참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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