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길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충북지역회의 부의장

[한상길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충북지역회의 부의장] 얼마 전 청주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새터민)과 담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누구네 아이는 이번에 어느 학교를 간다하더라, 누구는 어디에 취직을 하게 되어 바쁘다, 누구는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되었더라 등 우리 사회의 어느 곳에 가서도 들음직한 일상생활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웃고 공감하며 한참동안 여러 사람의 근황을 이야기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는 조금 씁쓸했던 마무리가 아직도 마음에 묵직하게 남아있게 되었음을 고백해야겠다.

 그 이야기들을 매듭지은 씁쓸한 마무리란 것이 그러했다. 학교에 간 아이가 자신이 새터민인 것을 친구들이 알까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해 정상적인 학교생활도 힘들고 친구들도 사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취직을 한 누군가는 직장동료들의 선입견을 견디지 못해 왕따 아닌 왕따라 하는데 이런 문제들이 드문 것이 아니라 늘 그러했던 문제로 인식하는 새터민들의 어두워지는 표정을 보고 마주 앉아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자 했던 필자가 머쓱해져버렸다.

 필자는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부의장으로서 크고 작은 통일정책에 대해 항상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고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한에 정착하게 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새터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를 이 사회 곳곳에 요청하는 입장에 서있다.

 앞으로 다가오게 될 통일을 앞두고 이러한 민족 간의 갈등이 내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이다. 실제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북한이탈주민들을 처음 대할 때는 호기심을 갖고 대하지만 차츰 배척하게 된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말투와 사용감이 다른 어휘가 거북할 뿐 아니라 문화적 견해차이도 너무 커서 좀처럼 가까이 다가가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다.

 시민들은 새터민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우리와는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미리 벽을 쌓는다. 이에 대해 배척을 느끼는 새터민들 역시 마음을 열지 않고 우리 사회에 동화되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점점 늘어가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말과 같은 피부색을 지닌 동포로서 그들을 배척하는 자세는 우리 지역의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큰 문제로 접근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터민들은 단순한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새터민들이 남한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것이 곧 세계화를 접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경계를 풀게 되며 자신들도 남한처럼 인권을 가지고 살길 희망하는 생각을 자리 잡게 되는 결과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 그렇게 정착한 사회는 남북이 하나가 되는 평화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북한을 떠나 남한에 들어온 새터민의 숫자가 마침내 3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새터민들의 남한 생활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국가 정책과 사회, 국민 모두 이 새터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도와야 하는지에 대하여 갈등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다. 인정하고 받아들여 함께 발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함이 어느 곳에서나 보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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