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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成人)의 의미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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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2  14: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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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만 스무 살이 되는 성년자가 올해 5월 16일을 기준으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말의 뜻 그대로 부모로부터 정신적·물질적으로 벗어나 독립된 인간으로 우뚝 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날 '성인이 되는 의식'이라는 원래 취지를 살려 성년례를 치르면서 성년이 되는 이들을 축하하고 동시에 그들에게 책임과 긍지를 느끼게 해 준다.

 세 가지 형식을 거치는 전통 성년례를 살펴보면 성인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성인이 입는 평상복, 외출복, 관복의 세 종류 옷을 갈아입히는 삼가례(三加禮), 차나 술을 내리면서 마시는 법도를 가르치는 초례(醮禮), 이름 대신 자(字)를 지어 주고 평생 간직할 만한 교훈을 내리는 가자례(加字禮)를 차례대로 행한다. 명실공히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감을 알리는 행사다. 한두 세대 전의 성인은 분명 그러했다.

 그러나 지금 성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에 이르는 취업준비생 자녀를 둔 부모는 월 평균 78만원이라는 최소 경비를 자녀의 취업을 위해 투자한다. 부모는 자신들의 노후 대비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도 취업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나이만 차 성인이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정신적 독립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성인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 올해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악이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도 고용시장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업률에도 안 잡히는 취업 포기자가 5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은 더욱 암울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의욕도 없고 방법도 모르고 마침내 깊숙이 숨어버린다. 이러한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필연적으로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이를 보여주듯 마흔이 넘은 남매가 공모하여 아버지를 죽이는가 하면, 어떤 남자는 일면식도 없는 여자를 강남 한복판의 공중 화장실에서 무참하게 살해하기도 한다.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많은 청년들이 부모가 시키는 대로, 세상이 하라는 대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결정의 순간이 닥치면 습관적으로 누군가가 결정해주기를 기다린다. 이른바 '결정 장애'다. 그들은 결정하는 연습을 해 본 적이 없다. 성인이 되기 전에 혼자 결정해 보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려고 노력해 보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려 몸부림을 쳐봐야 비로소 성인다운 성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결정할 기회를 앗아간 부모에게 있다. 그러나 자신의 권리를 빼앗긴 자에게도 과반의 책임이 있다.

 결정에 따른 책임이 두려워 부모를 핑계로 그들의 등 뒤에 숨은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자. 불합리한 사회를 원망해도 문제가 금방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자기의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법률적인 성인이 되었을 때 진정으로 명실상부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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