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자기 판단에 있어 자기과신(自己過信)의 정반대는 자기혐오(自己嫌惡)다. 사랑이 변하여 증오가 된다고 하지만 자신이 일전(一轉)하면 자기혐오가 되고 자신상실이 된다. 아이들이 자신을 잃어버리면 인간적 성장은 정지되고 학업 성적은 점점 나빠진다. 교육의 본질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자신을 갖게 하는 것"이므로 자신을 잃게 하는 것처럼 무서운 일은 없다.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킬 때 범하는 잘못은 남과의 비교판단(比較判斷)이다. 성적이 좋은 형제, 친척이나 동네 아이들과 비교하여 "안 되겠구나!"하고 꾸짖는 것은 어린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어 자신을 잃게 하고 반항심의 싹을 키우는 것이다. 더 잘하도록 타이른다는 것이 역효과를 가져옴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틀렸어!", "이 멍텅구리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마이너스 암시가 강한 힐책방법은 어린아이를 정말로 멍텅구리로 만들고 만다. 밖에 나가서 밤낮 할퀴고 물려서 돌아오는 개처럼 도망갈 구멍만을 찾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이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나는 틀렸다. 가망이 없다"하고 자기를 비하하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까지도 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보고 상대해 주지 않게 된다. 프랑스 속담에 "자기를 벌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벌레처럼 짓밟히고 만다"는 말이 있다. 자기 과신이나 자만도 나쁘지만 자기혐오에 빠져서도 안 된다. 그러나 제 잘난 맛에 우쭐대는 자만보다는 자기혐오 쪽이 약간은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자만은 우월감이고 자기혐오는 열등감이다. 그리고 열등감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마음속에서 우월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즉 자만이 자기보다 레벨이 낮은 자를 기준으로 해서 자기만족을 하고 있는 것인데 대하여 열등감은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와 자기와의 갭(gap:차이)에 빠져버린 모습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갭에 빠져 버리지 않고 "상놈의 것!"하고 분발 한다면 훨씬 성장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이나 영웅들의 성장과정을 훑어보면 뜻밖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등감이 강했던 사람들이 많다.

 빈곤, 육체적 열성(劣性), 신분, 집안, 학업성적 때문에 지독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반발의 에너지 원(源)으로 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귀여움 받고 부모들의 기대 속에서 자란 장남보다 차남이나 3남이 인간적으로 보다 강인하고 사업을 해도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장남과 비교되면서 "어디보자!"라는 분발심을 가지고 자라기 때문이다. 매사에 자신감을 가져라. 성공하고 싶으면... 살고 싶으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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