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특색 있는 건축물, 지역건축, 컨텐츠와 색깔 있는 건축물을 만들려는 노력은 어느 지역 어느 계획가나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주제이다. 이를 위해 설계가는 창의적인 기법으로 눈에 띄는 건물로 표현하기도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나 사회의  이야기 거리에서 모티브를 통한 축조계획을 만들어 나간다. 같은 단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지만 형태적 표현과 의미는 특색 혹은 색깔에 대한 다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조종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건축물은 기능성을 바탕으로 관습성을 추구하는 분야이다. 기능성은 공간에 대한 니드(Need)에 대해 구조적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관습성은 공간의 구성을 인간심리학과 철학적 의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건축물은 이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서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하기도 하고 형태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상징적 축조물로 구상한다. 이런 과정에서 기능은 과학이나 기술에 가치를 두어 파격적이거나 구조적 특성을 가지는 형태로 나타나고, 반대로 관습성은 예전부터 익숙해진 정주환경의 여건들을 현재 상화에 맞도록 변화시켜나가려는 전통적 접근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현대건축은 파격성과 전통성, 급진과 보수적 성향으로 대립되어 나타난다.

이를 건축사조로 본다면 공간성을 중심으로 현대건축의 연장선상에서 미래지향적 ‘창조’라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는 부류와, 이와 반대로 모더니즘의 만연으로 야기된 도시조직의 파괴와 건축의 획일성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 과거지향적 ‘전통’에 초점을 맞추는 복고주의로 크게 나누어진다. 공통점으로는 모두다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차이점은 ‘역사’에 대한 다른 자세이다. 다시 말해 근대건축이 양분화 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까닭은 역사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와 건축의 관계는 어떠했던가? 사실 인류의 역사는 건축과 도시의 역사이다. 자연에 대한 방어목적으로 움막을 짓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도시건축적 사고로 발전하기까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줄곧 선조나 조상의 지혜를 바탕으로 이를 변화시켜왔다. 이러한 흔적의 대표적 사례로 이스람권 경우 코란에 명시된 것처럼 선조 혹은 자기보다도 먼저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서는 형태적 우선권과 토지소유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하여, 대지구입은 인접대지 주인에게 우선권이 있고 그 다음에 옆 토지 주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또한 예로부터 내려오는 공간구성원칙은 종교의식과도 연관 있지만 우선 법률적으로 따르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 이유는 건축술이란 앞선 사람들의 기술전수에 대한 사회적 보편성이 있었고 그런 공간속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친근함이 우리 인간의 존재적 가치로 이해되어 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의 경우 재질과 기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관습적 변형을 통하여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건축물 설계에 있어서 역사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 이였다.

이런 역사성은 일반적으로 크게 4단계로 진행되어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재생적 단계는 전통건축으로의 회귀를 선호하는 상태로 그 어떤 새로운 형태보다도 원래의 건축언어 재생에 초점을 맞추며 가장 보수적 사고와 방법으로 접근한다. 다음은 고전적 단계로 전통성과 역사성을 추구하면서 현재의 변화에 대한 건축언어적 수정이 수반된다. 특히 하나의 건축양식이나 공간구성을 모델로 하여 이를 지역적 혹은 기능적 상태에 따라 변화를 주며, 전통적 이미지는 그대로 간직한다. 다음의 절충적 단계는 역사에 대한 관점이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여기서는 단수의 건축양식이 아닌 복수의 양식으로 나타나며 각 양식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거나 조합하여 새로운 건축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마지막은 은유적 단계로 역사성에 대한 형태적 표현보다는 관념적 혹은 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해석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듯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대의 건축은 역사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인간이 역사적 연장선상과 관습 속에서 변해 가는 근본적인 속성을 이해한 탓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속에서 지어진 건축물이야말로 인간을 담을 가치가 있는 容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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