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중국이 드디어 이빨을 드러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 사령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노골적인 협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필요한 군사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고, 중국 언론들의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사적 침공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도 덩달아 칼춤을 추고 나섰다. 기다렸다는 듯 "한국의 사드 기지에 도달하는 장거리미사일을 극동에 전진배치 하겠다"고 공언하며 언제라도 사드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조치하겠다는데 동네 깡패처럼 덩치와 힘만 자랑하며 이웃을 이렇게 위협해도 되겠는가? 이로써 지난해 9월 동맹국들의 우려와 의심을 무릅쓰면서까지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성의도 무의미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에게는 죄가 없다. 있다면 이웃을 배려하지 않고 외교적 배신을 한 중국과 러시아에게 있다.

 그간 한국정부 당국자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는 북핵으로부터 우리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방어 무기이며, 중국과 무관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호소해왔지만 못 들은 척, 철저히 무시했다. 사드 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북한이 핵 개발에 성공한 것은 중국의 묵인과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묵인 하에 북은 4차례의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탄도미사일, 무수단 미사일, SLBM 발사로 핵탄두 운반체 개발에까지 거의 성공했다. 책임을 지고 사과해도 시원찮을 중국은 핵 공포를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처지는 안중에 없다. 자국의 패권 전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어떠한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철저한 패권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식에 빠져 있다.

 우리의 안위를 위협하고 외교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도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대양해군 육성의 첫 걸음인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이 중국을 자극한다며 극구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에게는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 기분이 언짢은 상태인지도 모른다. 대안도 없이 무조건 '사드 반대'만 외치고 있다.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관련해 당시에 일부 언론들은 "미국 눈치를 본다"며 "외교 사안을 결정하는 데에 주권 국가답지 않은 행태"라고 비꼬았다. 이런 논리라면 "사드 배치에 있어서 주변국의 눈치를 보는 건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해야 옳다. 사드반대 시위 이전에 천안문 앞에서 중국의 내정간섭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먼저다.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다른 나라가 반대하는 것은 생존권과 주권을 짓밟는 것이다. 그런데도 격분하지 않는 건 비겁이다. 이렇게 얕보여서는 미래가 없다. 중국이 무역보복을 할 것을 두려워한다면 이미 패한 것이다. 배를 곯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 사드 배치 관련 논쟁의 초점도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사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논의는 없고, 중국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명백히 사대주의적 사고다. 전자파 문제도 터무니없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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