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미일,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의 최대 관심사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가 최종 확정됐다. 한미가 사드 배치 공식 협의를 결정하고, 공동실무단이 본격 착수에 들어 간지 5개월 만이다. 사드의 국내 배치 이유로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드의 이런 필요성과 명분에도 불구하고 군사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내 후보지로 떠오른 지역에서는 한사코 이를 반대하며 민감하게 대응했다. 주민의 재산권 행사 제한, 생활 불편 등이 주이유였다. 여기에 사드의 가장 중요한 장비인 레이더를 작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와 이로 인한 인근 주민 건강 위협 우려가 반발 강도를 높였다. 충청권에서도 충북 음성이 후보지 중 한 곳으로 떠올라 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궐기대회가 잇따랐다. 결국 여러 후보지가 거론된 끝에 13일 경북 성주로 확정됐고, 예상했던 대로 격렬한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배치지가 결정됐지만 사드는 많은 논란거리를 남겼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것이냐는 효용성에서부터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안겨줬다. 이 정치외교적 과제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또 다시 국제 정세의 격전지로 떠오른 것에 대한 타개책이다. 강대국의 서로 다른 입장과 주장, 실리찾기에서 우리가 격랑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서게 됐다. 한미동맹 체제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사드를 도입, 배치키로 한 게 우리로선 실(失)보다 득(得)이 많을지, 아니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지 엄중한 상황만큼이나 의견 역시 분분하다.

그러나 이런 국제 역학관계 못지않게 국내적으로는 또 다시 소통 부족, 밀실 행정, 일방 추진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드러냈다. 지역에서 사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건 지난달 배치 후보지로 충북 음성과 경기 평택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부터다. 그리고 이달 8일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에 도입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려스런 상황은 이후 일어났다. 배치지에 대한 소문이 줄을 이었고, 해당 지역은 벌집 쑤신 듯 들고 일어섰다. 그럼에도 정부가 배치지 발표를 미뤄 국론 분열을 자초하고, 반발을 의식해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입장이 엇갈렸고, 야당 안에서도 시각이 달랐다. 그러면서 명확한 설명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물론 군사시설에 대해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공개하며 추진할 순 없지만 왜 도입하고, 무슨 이유로 특정 지역에 배치하는지, 그리고 국민들이 걱정하는 안전성은 어떤지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는데 이게 부족했다. 더우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사드 방어 범위에서 벗어나 미국이 주한미군 보호를 우선시 해 도입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에게 사드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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