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공무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는 꿈의 직업이다. 공무원을 국민의 공복(公僕)이라 부른다. 뜻 그대로 표현하면 '공적인 종'이다. 국민의 심부름꾼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종의 주인, 즉 상전(上典)은 누구인가. 당연히 국민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부터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까지 모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므로 기꺼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공무원의 노동 대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현재 과연 이 종과 상전의 관계가 성립되고 있는가.    

 제도적인 면을 보면 대국민 서비스에서 전보다 편리한 점이 많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복잡한 여러 민원은 되도록 신속하고 원만하게 처리되고 있다. IT의 발달로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소마다 정확한 도착 정보를 제공하는 등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한 진일보된 서비스는 만족스런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외형적 섬김'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공무원의 내심까지 그러한가. 공무원 가운데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은 고위직 공무원이다. 그런데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고위직 공무원 관련 사건들을 보면 모범은커녕 과연 그들이 최소한의 윤리의식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뇌물과 관련된 공무원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진경준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것은 그 정점을 찍는 사건이다. 법무부 장관의 머리 조아린 사과 정도로 국민의 충격이 쉬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사건도 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이었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아서 먹고살게만 해주면 되고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민중을 공황 상태에 빠지게 했다. 참으로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파는 언어도단이다. 그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부의 정책을 담당하는 직책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교육부의 사과와 여론에 떠밀려 그를 파면시킨 신속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그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불행하게도 그의 생각이 그 한 사람만의 생각이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많지 않다. 국가와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마침내 송두리 채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런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무원의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것이 시행되면 당장은 미미한 효과를 거둘 지도 모르겠지만, 더 원천적 대책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다. 윗사람, 그 윗사람, 궁극적으로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공무원의, 주인을 잘 섬기겠다는 충복(忠僕)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주어진 공무에 열심히 다 하는 것을 넘어 국민에게 어떻게 봉사하고 헌신해야 하는 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

 자고로 윗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다. 아래물이 맑으려면 반드시 윗물이 맑아야 한다. 훌륭한 부모 밑에서 훌륭한 자식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훌륭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훌륭한 자식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가능성도 희박하다. 우리는 훌륭한 국민이 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살뜰하게 받드는 공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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