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로 후폭풍을 몰고 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 등에 관한 법률)'을 보완한다고 하면서 너무 서두르는 감이 있다. 보완 방향도 법 제정 취지나 헌재의 합헌 결정 배경과 동떨어진 채 업계 입장을 상대적으로 고려한 듯한 양상이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남달라 시행 이전 철저한 사전준비로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부각되고 있다.

보완 방향에 대한 서로 다른 목소리는 2일 있었던 정부입법정책 실무협의회에서도 드러났다. 5개 관계 부처가 참석한 이날 실무협의회에서 법 적용을 받는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금액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판단이 다르게 나왔다. 부처 간 이견이 확인된 건데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은 시행령안이 규정하고 있는 건 2003년 만들어진 공무원 행동강령을 기초로 한 건데 이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았고, 농수축산업계 및 임업계 등 유관 업계의 현실이 반영되지 못 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청 역시 법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을 비롯한 민간에 대한 파급 효과와 내수 경기 침체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처음 이 법의 제정안을 내놓은 국민권익위원회는 유관 업계는 물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준이라며 청렴한 사회 구축으로 인한 기대이익이 커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정부입법정책협의회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부처뿐 아니라 정치권도 개정안을 비치고 있는데 역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묶여 있는 '3·5·10 법칙'에서 특히 식사와 선물의 상한선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식사와 선물을 각각 5만 원과 10만 원으로 늘려 '5·10·10'으로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들 개정 필요를 주장하는 쪽은 지나친 일상생활 규제로 인한 상거래 위축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 내수 경제가 지금까지 공직자 접대문화와 한우·갈비세트 같은 고가의 선물로 지탱해 왔고, 이런 씀씀이가 없으면 경기가 휘청거려 법 시행을 걱정할 정도로 허약했느냐는 따가운 시선이 꽂히고 있다. 나아가 선물로 한우나 갈비세트를 주고받고, 한 끼 식사비로 3만 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몇이나 되느냐는 힐난마저 이어지고 있다.

입법을 보완하려면 처음부터 문제가 돼왔던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걸 부정청탁 예외 범위로 그대로 둘지, 아니면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뜯어고쳐야 하는지, 또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신설할지 여부 등 근본적인 걸 고민해야 한다. 금액 상한 같은 세부적인 건 시행 후 공감대가 형성될 때 손을 봐도 늦지 않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련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동안 익숙지 않았던 제도에 조심스런 눈길이 가는 건 좋지만 해보지도 않고 지레 멀리 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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