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무사한가? 임기 1년 6개월여를 남겨놓은 지금, 그간 강고하게 유지해왔던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요즘 흔들리는 낌새가 보이고 있다. 물러날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조롱하듯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외치는 반대 세력의 ‘박근혜 때리기’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웃 나라도 만만하게 본듯 반정부 세력과 연대하며 끈질기게 우리 국익을 침해하고 주권에 도전해 오고 있다.

여당은 박 대통령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조직으로 변했고, 정치 지역기반도 붕괴됐다. 자중지란까지 벌어져 나라가 어디를 향해가는지 알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외환(外患)에 집권여당의 핵분열, 국론통합의 실패라는 내우(內憂)가 겹친 형국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도자가 영민하게 판단하고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여우같은 지혜와 사자 같은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주엔 기대와는 달리 돌발적인 이상현상이 나타나 우려를 사고 있다.박 대통령의 상징과 같은 원칙이 허물어진 것이다. 리더십의 붕괴는 스스로 원칙을 허무는 순간 찾아온다. TK지역 초·재선 국회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한 자리에서 “사드배치 지역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원칙을 무시하고 반대 여론에 굴복한 사건이다. 그렇게 단단하던 박 대통령의 원칙론도 임기 말이 되면서 흔들리는 것인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 발언을 주워담느라 이런저런 변명을 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사드가 북핵을 방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성주지역이 최적의 배치 지역이라고 수차례 공언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지역주민이 반대한다고, 여권 핵심지역 국회의원들이 재고를 요청했다고 해서 물러서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지도자의 말을 믿고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을 배신하는 것이고, 반대세력에게는 “우리가 거세게 반발하니까 무너지는구나”라는 신호를 주게 된다. 만만해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인사권자는 정보와 참소를 구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또 하나의 문제는 누누히 지적돼 온 신상필벌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잘 한 참모는 칭찬하고 상을 주고, 잘못한 참모는 냉정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늘 미흡했다. 이는 국정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을 저하시킨다.

친박의 일원으로 열심히 주군을 따랐던 국회의원들이 반박의 선봉에 서는 모습을 보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관리의 부족이 커 보인다.  다들 돌아서서 총대를 거꾸로 잡고 있는 이런 배신의 계절이 계속되면 참모들의 충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지근거리의 측근들만으로 국정을 꾸려갈 수는 없다.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늘 관심을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입 안의 혀처럼 따라주는 총신 가운데 간신이 있을 수 있다.

예전 대통령은 통치에 협력해온 측근들을 정부투자기관을 비롯해 좋은 자리에 보내줬지만 지금은 그것이 여의치 않다. 임기말 누수 현상이 더 커지게 되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청와대의 긴장도가 풀어져 있는 인상이다. 피곤이 묻어나는 지친 얼굴에서 의욕이 넘치는 독기어린 눈빛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해야할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나태함도 눈에 띈다. 관찰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 편견이길 바란다. 1년 6개월이면 못 할 일이 없다.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부처 개각과 참모진 개편에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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