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제출된 메모리카드 중
60%는 화질 불량 등 오류 빈번
"운행 전 작동여부 점검해야"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회사원 A씨(42)는 지난 6일 갑작스럽게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을 피하지 못해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억울한 상황에 보험사 측에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했지만 녹화 영상 화질이 고르지 못해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안전거리 미확보 등으로 과실 책임을 져야만 했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 블랙박스 오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교통사고와 관련된 책임 여부를 가려줄 것이라 믿었던 블랙박스 영상이 고온으로 먹통이 되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하는 운전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폭염이 지속된 7∼8월에 제출된 교통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중 60% 정도가 화질이 불량하거나 녹화가 안 된 경우가 많다.

대부분 블랙박스 제품은 최고 온도 80도, 메모리 카드의 경우도 85도 이하에서 비교적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 한낮 차량 내부 온도가 90도 이상 올라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폭염이 몇주째 지속되는 날씨 속에 블랙박스의 오작동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지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은 시중 판매제품 31개를 대상으로 고온에서 차량블랙박스 오작동 결과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 60도에서 9개(29%), 90도에서 22개(71%) 제품이 화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 주변 온도 60도부터 메모리 카드 오류가 발생하고, 70도 이상에서는 저장된 영상파일 자체가 손상되기도 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 2월 KS 인증기준을 개정했다. 개정된 내용으로는 블랙박스 고온작동시험 온도를 기존 60도에서 70도로 높이고, 85도 고온방치 시험이 추가됐다.

블랙박스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제품들은 향상된 기준에 따라 오작동률이 많이 낮아졌으며 고온에서 LCD가 자동으로 꺼지거나 전원이 차단되는 기능도 추가된 제품이 많다"며 "하지만 아직 많은 운전자가 구형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블랙박스 오류가 빈번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정규 청주상당경찰서 교통조사계장은 "요즘 같은 날씨에는 되도록 실내주차장을 이용하거나 태양을 등지고 주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며 "날씨와 관계없이 오작동 되는 구형 제품이 많으므로 운전자들은 정기적으로 메모리 관리를 하고 운행 전 작동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억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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