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심사조정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심사조정위원] 이제 아침저녁으로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열대야를 동반한 무더운 여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러가고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다가오는 아침이다. 새로운 자리에 출근한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평소에 흥미가 없었던 일조차 생각을 하게 되고 관심을 갖는 것 같다.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삶의 과정이나 흔적이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때로는 자신의 지나온 세월을 거울에 비춰보며 진지하게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의 기록이라고 한다. 오직 국가나 민족의 기록만을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은 사건이나 일이 쌓여 기록된 것도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곧 역사라는 생각이다. 인생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장강처럼 도도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장래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올 여름에는 계속된 폭염으로 외출하는 일이 귀찮아서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게 되었다. 별로 쓸모가 없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한다거나 평소에 알고 싶었던 관심분야를 공부하며 피서를 대신하였던 것 같다. 나중에 쓸데없는 일이나 물건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짐으로 남는다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무더위 덕분에 주위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더불어 미래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것으로 다소 위안을 삼는다.

지난해 참석한 어느 조찬 모임에서 초청강사의 강연 내용 중 기억나는 일부이다. 남의 싫은 소리와 비평을 수용하게 되면 좀 더 나은 성공적인 삶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인연을 맺는 사람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기대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종종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다. 타고난 행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의 도움으로 성공을 이루게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결국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30대 후반에 아주 우연하게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무역센터에 소재하는 외국계 헤드헌트사로부터 방문하여 면담하기를 요청하는 전화가 왔다. 어느 공기업에서 전문경력직을 모집하는데 지원서를 제출하여 달라는 내용이었다. 전 직장의 주요 거래처인 S종합상사의 CEO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IMF 사태 직전으로 국가경제 상황이 심각하게 어려운 시절이라서 취업이나 전직이 더욱 쉽지 않았기에 지금 생각하면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담당하던 거래처의 대표가 추천하였다는 사실이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평소에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을 거래처에서 좋게 기억했던 것 같다. 세상은 좁다는 것과 절묘한 우연의 일치를 실감하게 되었다. 결국 맺은 인연이 행운을 불러왔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일정한 수준까지는 성취의 즐거움을 맞볼 수 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공을 위해서는 우연이라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주위의 맺은 인연에서 기회는 만들어진다. 더불어 도전과 성공의 기회를 주고 가르침을 주고 일을 주고 더불어 경제적 혜택까지 준다. 인연의 첫 단추를 잘 끼우면 기대했던 것 보다 일이 잘 풀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연한 기회가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맺은 인연들을 생각하면서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갖는 시간이다. 간단한 전화나 메시지로나마 가끔 안부를 확인하며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하다. 조만간 더위가 물러가면 찾아가 소찬(素餐)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인연의 소중함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8월의 아침이다. 소중하게 간직하며 사랑할 일이다. 언제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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